잠 못 이루는 밤
2020.04
몽이가 소변 실수를 계속하고 있다. 동생이 태어난 게 아직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지 아님 이사를 해서 적응이 필요한 건지 소변이 마려울 때면 엄마 손을 끌고 자연스레 화장실로 이끄는 아이였는데 다시 바지에 오줌을 싸는 횟수가 늘어버렸다. 누가 그랬던가 엄마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지 아이를 잘 키운다고. 갓난아기 동생과 느린 큰아이를 데리고 24시간을 보내야 하는 나는 늘 긴장 속에 생활하는 통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버렸다. 그래서 오늘 또 몽이를 혼내고 말았다.
엄마 : 이놈! 누가 바지에다가 쉬해요.
몽이 :....
엄마 : 쉬 마려우면 어디 가야 해요?
몽이 : 화장실
엄마 : 그런데 왜 바지에 누는 거야?
몽이 :....
엄마 : 왜 엄마한테 안 알려줬어?
몽이 :...
엄마 : 다음에는 쉬 마려 우면 엄마한테 알려줄 거야?
몽이 : 네
사실 나는 알고 있다. 이렇게 길게 떠들어도 몽이는 엄마 말을 다 알아듣지 못한다는 걸 그리고 아이를 혼낸 이유가 ‘내가 힘들어서’라는 걸. 소변 실수를 좀 한다고 아이가 다치거나 남에게 큰 폐를 입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아이를 호되게 혼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그 이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엄마는 아직 몽이를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구나
몽이는 사람과의 소통이 너무나도 어려운 아이다. 센터에서 만난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 중에 집에 가고 싶을 때마다 엄마 머리를 때리는 아이가 있었다고 하셨다. 그 말인 즉 누군가에게 요구사항을 표현하는 방법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몽이는 손으로라도 표현을 해주었고, 자발어가 나오면서 간간히 ‘쉬하고 싶어요’ ‘화장실’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여 아이가 한 번에 성장했을 거라는 기대를 마음속에 넣고 있었나 보다. 또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 항상 말로는 ‘엄마는 너의 편이야’. ‘엄마는 너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라고 하면서 아이가 하나를 해내면 금방 그다음을 해내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기대는 아이를 얼마나 힘들게 할까..
표현이 어려운 것도 다른 아이들과 세상을 다르게 보는 것도 모두 너의 탓이 아니야
나의 목표는 몽이가 행복한 세상에서 살게 해주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의 ‘다름’을 인정해 주어야만 한다. 잠 못 이루는 밤 아이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 느린 아이들을 위한 카페를 찾아보며 책을 찾아보며 깊어가고 있다.
이렇게 오늘도 엄마는 몽이랑 함께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