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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1] 역치가 높은 아이

감각통합치료를 시작하다 : 전정 감각이 둔한 아이

by 느리나이


2019.12 (만 49개월)


예상치 못한 사건들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가정보육을 시작하게 되면서 둘째 육아휴직을 앞당겼고, 12월이 되자마자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몽이가 만 7개월이 될 때부터 어린이집 종일반을 보냈고, 그때부터 쭉 일을 해왔기 때문에 가정보육을 하면서 아이랑 하루 종일 뭘 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이미 어떤 걸 해줘야 몽이의 발달이 도움이 될까 고민을 하던 중이었고, 재활의학과 교수님이 ‘잘 노는 거야’라고 말했던 행동이 사실은 ‘상동 행동’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무렵 무발화센터에서 만난 아이 엄마의 조언으로 감각통합치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몽이가 두 돌이 지날 무렵 한 발달 센터에서 감각통합치료를 한 적이 있었지만, 수업 내내 라포 형성을 위한 로션 바르기, 마사지 위주였으며, 어떤 감각이 문제이며 치료의 방향과 목표에 대한 부분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채 치료를 하는 모습을 보고 얼마 뒤 치료를 그만두게 되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감각통합치료 전문센터를 찾아갔다.


엄마가 작성하는 질문지를 작성하는 동안 40~50 분 정도 선생님이 직접 아이와 함께 활동을 하며 관찰하셨다.


감통 선생님 : 어머니, 몽이가 자기 몸을 잘 쓸 줄 모르는 거 아시나요?
엄마 : 몸을 잘 못 쓴다고요? 대근육 발달은 늦지 않다고 들었어요.
감통 선생님 : 높은 곳을 잘 올라가거나 트램펄린을 잘 뛰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하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하거나 몸을 직접 보지 않고 하는 동작들은 어려워해요. 예를 들면, 사다리를 올라가는 건 잘하지만 내려올 때는 뒤로 내려오면서 양손 발을 교차하는 걸 어려워해서 앞으로 뛰어내리려고 하죠. 또 트램펄린에서 점프를 하는 건 가능하지만, 점프를 하면서 하이파이브를 한다거나 하는 동작이 추가되면 점프를 멈춰버려요.

10개월에 직립보행을 마스터하고, 그물을 타고 미끄럼틀에 올라가기나 트램펄린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저 소근육 발달만 더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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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감각 시스템은 아래와 같은 형태로 이루어진다. 아래쪽에 위치한 전정 감각이나 고유수용성 감각이 제대로 작동을 해야 나머지 감각들이 작동하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감각 조절이 가능해져야 사물이나 주변을 지각하게 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인지 발달을 하게 되므로, 감각 조절은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안타깝게도 몽이는 ‘전정 감각(머리의 움직임과 중력을 감지하는 감각)’‘고유수용성 감각(신체의 위치와 자세,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감각)’이 일반 사람들보다 둔하고, 역치가 높은 아이였다. 역치가 높다는 말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많은 자극을 주어야 적절한 각성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생후 10개월에 직립보행을 마스터하고, 트램펄린이나 미끄럼틀을 좋아할 뿐 아니라, 베일리 검사와 같은 발달검사에서도 대근육 발달은 정상보다 빠른 편에 속한 아이였기 때문에 기본적인 감각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활발하고 잘 움직이기 때문에 이상함을 못 느꼈지만, 발과 손이 교차해서 움직여야 하는 동작이나(손발 협응), 손과 눈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활동(눈 손 협응) 등에 어려움을 보이며, 그네나 트램펄린과 같은 고유수용성 감각을 자극하는 놀이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시끄러운 쇼핑몰이나 마트에 가면 정신없이 뛰어다니거나, 찰흙 놀이나 모래놀이와 같은 촉감놀이들을 싫어하는 건 청각과 촉각이 예민한 아이이기 때문이었다.


일반인들은 주변에서 자동차 경적소리가 나거나 음악소리가 들려도 바로 앞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데 문제가 없다. 내가 집중하고 있는 소리는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의 말소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걸러지지 않는다. 일종의 감각 과부하(두뇌가 분류하고 처리할 수 있는 것보다 오감에서 더 많은 정보를 받는 것)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과의 대화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야 아이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래의 영상은 감각이 일반인들과 다른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감각정보를 영상으로 나타낸 것이다.

https://youtu.be/plPNhooUUuc



이번에도 느꼈지만, 느린 아이에 대한 치료 정보를 얻는 건 너무나 어렵고 그 정보의 질에 따라서 아이의 치료방향이 산으로 갈 수도 있고, 제대로 갈 수도 있다는 사실에 너무 슬펐다. 심지어 병원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보통은 ‘언어치료/놀이치료/감통 치료 시작하세요.’라는 정도의 조언만 해줄 뿐이다. 그런 이유로 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필자는 자폐 치료 전문가가 아니며, 글은 치료 경험과 상담내용을 참고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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