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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2] ‘요구르트 주세요’

문장으로 말해요

by 느리나이


2020.03


겨우 이사도 끝내고 유치원 입학 준비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의 여파로 등원이 연기되었다. 그렇게 3개월 된 동생과 6살 몽이와의 반 강제 가정보육이 시작되었다. 아침에 눈뜨면 동생 우유를 먹이고 다시 재우고, 몽이를 깨우고 아침을 먹이고 간단한 놀이를 하고, 동생과 함께 발달 센터를 갔다가 집에 와서 놀다 잠드는 하루가 계속 계속 흘러가는 어느 날 아침.


몽이 :(엄마한테 다가옴)
엄마 : 엄마 왜? 같이 가?
몽이 : 같이 가 (손 끌고 냉장고 앞으로 감)
엄마 : 왜?
몽이 : 야.. 야..
엄마 : 야?
몽이 : 요구르트 주세요.
엄마 :!!!!!

몽이가 스스로 혼자 문장으로 얘기한 건 처음이었다. 늘 엄마가 첫음절을 듣고 같이 말을 해줘야 말을 했었는데 이제는 스스로 문장으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 이후에 ‘티브이 보고 싶어요.’, ‘그네 타고 싶어요.’가 나오 더니 어느 날은 ‘멸치 주세요’(멸치 볶음을 좋아함)라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1월에 영유아 언어 발달 검사인 (SELSI)를 받을 때만 해도 스스로 하는 단어가 거의 없었고, 수용 언어도 2년 정도 지연이 나왔었다. 그런데 2달 만에 문장으로 말하기 시작하며, ‘이거 뭐지?’라고 물어볼 때 대답해주는 단어수가 족히 50개는 넘었다. 육아휴직을 시작한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 만에 얻은 보상인 것 만 같았다. 그동안 몽이와 지내며 한 것은 아래와 같다.


1. 산책 및 등산

자페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 특히 몽이처럼 청각 자극에 예민하고 전정 감각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시끄러운 도시 소리 나 전자음이 각성 조절을 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산이나 바다와 같은 자연으로 가는 것이 좋으며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것이 좋기 때문에 매주 주말마다 아빠와 등산을 가기 시작했다. 평일에 동생을 돌봐주 실 분이 있을 때는 엄마랑 집 근처 공원을 산책했고, 유치원 등원하는 길을 다니며 익혔다. 여기에 대한 효과는 ‘체력’과 ‘각성 조절을 위한 훈련’으로 나타난 듯하다.

2. 틈틈이 감각놀이

촉각 방어가 심한 몽이는 촉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자극에 대해 기피하고 스킨십(가족 제외)을 싫어하는데 이런 경우에 필요한 감각을 받아들이지 못해 인지 발달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실제로 28개월쯤 밀가루 반죽 놀이나 전분 물놀이를 시도했을 때 싫어하며 도망갔다. 그래서 제일 가볍게 만질 수 있는 특대 사이즈의 수정도를 만지는 것부터 감각놀이를 시작했다. 처음엔 더러운 물건을 잡듯이 엄지와 집게손가락만 가지고 만져보더니, 나중에는 한 손 가득 주먹으로 쥐어 보기도 했다.

(추후에 쓸 예정이지만, 현재는 거의 모든 촉감 감각놀이를 즐기게 되었다.) 또 스프레이 물감을 접하게 하여 손가락을 사용하는 동시에 스스로 손가락을 움직였을 때 결과물이 보이는 만족감을 주게 하였다. 여기에 대한 효과는 ‘소근육 발달’과 ‘감각 조절’로 나타난 듯하다.

(좌)특대 수정토를 만저보는 중, (우)물감스프레이를 뿌리는 중. 이 때는 뿌려진 물감으로 노는 방법을 몰랐다.


3. 구강근육과 운동 실행력

꾸준히 비눗방울 불기와 구강 장난감을 쥐어주었다. 불면 삐~소리가 나며 물레방아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구강 장난감을 한동안 좋아하였다. 또한 운동 계획 세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기 때문에 그네를 타며 장난감을 잡기. 장애물을 치워 과제 수행하기, 그물을 기어 올라가 장난감 찾기 등 상황에 맞게 몸을 움직이는 법을 배우며 시공간 처리나 운동 계획을 세우는 법을 익혔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긴 문장을 말할 수 있는 근육들이 발달하는데 효과를 보여준 듯하다.

소근육발달 놀이 도구와 몽이가 좋아한 구강장난감



4. 엄마와 함께 몸 놀이하기

아직 놀이 발달이 ‘몸 놀이’에 머물러 있는 몽이를 위해 정말 ‘몸’으로 놀아 주기 시작했다. (산후조리를 할 여유는 없었다.) 짐볼에 내가 앉은 다음 몽이가 엄마 위에 앉아서 목을 끌어안으면 엄마가 앉은 채로 뛰면서 몽이를 떨어뜨리려고 하고 몽이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매달리는 놀이. (이 놀이를 하며 매달릴 때 쓰는 팔 근육과 ‘한번 더’라는 말을 하는 연습을 했다.) 악어처럼 엉금엉금 기어 다니기(손발 협응이 어려운 몽이는 기어 다니는 동작을 통해 협응을 익혔다.) 이 밖에도 김밥말이, 꼭 안아주기 등 엄마랑 부딪히는 시간을 늘려주려 하였다. 엄마랑의 관계가 100이 되면 타인과의 관계는 30, 엄마랑의 관계가 120이 되면 타인과의 관계는 50이 된다는 말이 있다. 아마 이런 활동을 하며 엄마랑 놀았던 경험이 소통을 해야 한다는 계기를 만들어 주지 않았을까?


5. 그 밖에

늦된 아이들은 실패의 경험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에 두려움이 크다. 그래서 쉽고 간단한 퍼즐을 꺼내 주었다. 5개짜리부터 시작하여 12개짜리를 완성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퍼즐을 통해 처음 잘못된 곳에 꽂았더라도 다시 꽂으면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고 어느새 몽이는 엄마가 동생에게 우유를 먹일 때면 옆에 와서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만큼 따라와 준 아이에게 감사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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