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멀티태스킹
'죄송한데.. 15분만 자리 비울게요'
'네~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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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의 서재에 들어와 우는 아기를 달래기 위해 하루에 15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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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에게 멀티태스킹은 필수다. 사실 단순히 여러 가지 일을 해낸다는 것보다 여러 일을 왔다 갔다 하면서도 하나의 일에 몰입도가 떨어지면 안 된다. 특히, 일과 육아는 더더 몰입과 집중이 중요하고, 단순하게 책을 읽는 일이나 글을 쓰는 일에도 중요한 부분이다.
다행히 코로나 사태가 처음 터졌을 때는 육아 휴직 중이라 갑작스러운 보육 대란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복직하고 난 지금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한 어린이집 휴원과 긴급 보육 사이에서 애매한 포지션을 두고 있다. 작년 코로나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무기한적인 휴원과 동시에 맞벌이 부부를 위한 긴급 보육이 시행되면서 여러 의견이 분분했는데, 그중 대부분의 의견은 '엄마가 집에 있는데 왜 아이를 기관에 보내냐'라는 것인데, 전업주부를 겨냥한 말들도 있었지만 재택근무를 하는 엄마들의 향한 이야기도 있었다.
재택근무=엄마가 집에 있음=아이를 데리고 있을 수 있음=어린이집을 왜 보내? 이런 논리였다.
재택근무(在宅勤務, Telecommuting)는 근로자가 사업장이 아니라 본인의 집이나 그 주변에서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정보 통신 기기를 활용하여 공간의 제약 없이 근무를 하는 노동형 태이다.
사업장으로의 출근을 상정하지 않고 근무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본사와 연락 및 작업을 할 수 있는 기기와 연결망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다른 근무 형태들이 그렇듯이 상세한 사항은 기업별로 매우 상이하다.
일반적으로 재택근무자라고 하면 집에서 일을 하긴 하지만 회사에 정식으로 입사해서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이기 때문에 작업마다 돈을 받는 프리랜서나 집에서 물건을 만들어 납품하는 가내수공업과는 의미가 다르다. from. 나무 위키
나무 위키에 나와 있는 '재택근무'의 정의와 같이 프리랜서나 부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단지 집에서 일을 할 뿐인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는 직장인의 근무 형태이다.
즉, 근무시간인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화사 업무에 집중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고, 집에 다른 누군가가 없다면 아이를 돌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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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친정어머니께서 아이를 돌봐주러 오시는데 그 와중에도 아이는 졸릴 때면 엄마를 찾아 서재로 들어온다. 그럼 나는 급한 미팅이 없는 시간에는 15분 정도 직접 엎어서 재운다. 또 점심시간에는 나의 점심 대신 아이와 찐하게 1시간 놀아주고 다시 일을 하러 서재로 들어간다. 엄마의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아이는 놀 때도 '엄마, 일하고 오께~'라며 아침마다 내가 하는 말을 따라 하며 상황극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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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시간에 아이를 재우러 15분 정도의 시간을 비우는 나처럼 비 오는 날 아이들을 하원 시키러 잠시 자리를 비우는 아이 아빠도 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업무에 집중한다. 우리 팀은 늘 콘퍼런스 콜박스를 열어둔 채 소통하며 일을 하기 때문에 잠시의 자리 비움으로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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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재택근무의 형태에서 조금 밝은 미래를 보았다. '레버리지'를 쓴 롭 무어는 삶과 일을 분리하지 말고, 아이가 수영을 하는 모습을 보며 랩탑을 열어 메일을 보내고 업무를 처리하고 하는데, 어찌 보면 지금 우리의 근무 형태가 롭 무어가 말하는 워라밸의 세계로 들어가는 초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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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많은 문제점들이 공존하고 있고 업무의 특성에 따라 한계점이 보이긴 하지만, 안된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실제로 나는 코로나 이전부터 재택근무를 권유받았지만, 혼자 재택을 할 경우의 문제점이 너무 많아 거절했었다) 안될 것만 같았던 시기를 생각하면 훨씬 미래가 밝아졌다. 각자가 균형을 잘 잡는다면 재택근무라는 근무 형태가 훨씬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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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로써는 혼자 아이를 데리고 일을 하는 방법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