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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나이 Jan 10. 2022

왜 인지 알고 나니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

망한 습관(?) 살리기



 작년 한해 내 목표는 뚜렷했다. 사소하지만 건강한 습관을 들이는 것. '책 한 권을 내겠다' '얼마를 모으겠다' '몇 키로를 빼겠다'와 같은 다짐들에 비하면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게 정말 필요한 목표이다. 부캐 전성시대라고 부르지만, 워킹맘이, 그것도 아픈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 해야 할 일은 정말 많기 때문에 사소해서 잊힐 수 있지만 중요한 일을 머리 아프게 챙기지 않아도 몸이 기억해서 놓치지 않는 습관을 만드는 것. 그렇게 생각하는 시간을 줄여 꼭 필요한 일만 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사소하지만 건강한 습관의 종류에는 '6시에 일어나기', '공복에 따뜻한 물 250 ml(정수기 세팅값) 마시기', '10분간 스트레칭하기', '영양제 챙겨 먹기', '아침에 글 쓰기', '아이들에 깨기 전 등원 준비 끝내기', '전날과 오늘의 기록'..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과 '마이 루티너'와 같은 어플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몸에 익숙해졌다고 느꼈다. 그 이유는 하루 정도 놓쳐도 그다음 날 바로 다시 원래의 습관으로 돌아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임스 클리어는 아무리 힘들어도 이틀 이상 건너뛰지는 말라고 했다. 두 번을 놓쳤다는 건 그만큼 돌아오기 힘들어졌다는 의미기 때문에.


연말 가족여행 (네 가족의 해돋이)을 기점으로 새해가 되고 나서 알 수 없는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아침에 8식 넘어 눈을 뜨고, 메모도 하지 않고, 아침시간이 촉박하지니 글쓰기도 밀려났다. 나의 본업은 엔지니어기 때문에 출근해서 회사 업무를 보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었다. 제대로 해오던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이 또 다른 무기력증을 만들었다. 작년 한 해가 날아간 기분이 들어 늘 읽던 책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아 독서 패턴이 깨졌다. 또 남편에게 짜증이 많아졌다. 


 처음 무기력증이 왜 생겼을까. 왜 나는 다시 힘겨워하고 있을까 고민을 하다 작년에 적어둔 글귀를 뒤적이기 시작했고 답을 찾았다. 


 첫 번째는, 아침시간에 할 일이 많아져 '10분 스트레칭'을 빼먹은 것. 아침운동은 사소하지만 내 정신을 맑게 해 주어 침대와 멀어지게 하는 중요한 단계였다.


 두 번째는 남 탓. 정확히는 남편 핑계, 아이 핑계였다. 겨울방학이 되고 유난히 잠을 설치는 큰 아이와 자다가 엄마가 옆에 없으면 큰 일 나는 24개월 아기. 그 전에도 아이들이 없었던 건 아닌데.. 갑자기 왜 아이들 핑계를..


 세 번째는 해야 하는 역할이 많다는 부담감이 나를 한 없이 눌렀다.. 새해가 되니 큰 아이의 진학 문제와 남편의 복직, 올해의 재테크 플랜, 나의 커리어 등 너무 많은 일들이 한 번에 나를 휩쓸었다.


원인을 찾은 것 같다. 그리고 그 원인은 작년과 달라진 것도 아니다. 단지 나 자신을 둘러싼 많은 사실들에게 나를 넘겨주고 있었던 것. 이제는 다시 시작할 때다. 


 '극복'은 공자의 '극기복례 위인(자신을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다)'의 줄임말이다. 
'자기 자신의 주인인 사람만이 자유인이다' 



 인생은 길다. 한 해를 모든 게 결정 나는 것도 아니고, 꾸준히 조금씩 쌓아둔 사소한 것들이 나비효과가 되어 더 나은 삶을 만들거라 확신한다. 잠시 빠진 무력감이 나의 2021년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원인을 찾았고 2022년은 좀 더 수월 하게 습관을 잡을 것을 알기에. 어제부터 다시 시작해 본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침시간과 건강한 체력은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나를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2022년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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