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의 짧은 글 모음
누군가의 귀인
민님의 작업실에 놀러 갔다가
책장에 꽂혀 있는 책 한 권을 빼들었다.
요즘 블록체인 관련 자료를 훑어보던 터라,
못 보던 이더리움 책이 보여
빌려달라던 참이었다.
책을 펼치자
순간 현금이 다발로 쏟아졌다.
오만원 권, 만원 권, 천 원 권...
오랜만에 현금 다발을 보니
되려 비현실적이었다.
이건 마치 영화의 한 장편 같았달까.
현금 다발이 바닥에 흩뿌려지는 모습...
민님은 현금 다발을 보고,
잠시 할 말을 잃으신 듯 멍~ 하더니...
"아~ 여기 돈이 있었군요."
몇 달 전 비상금을 책 안에 두었었는데,
완전히 잊어버렸었다고 한다.
민님은 이거 내 돈 맞아? 란 표정으로
돈을 줍기 시작했다.
민님은 횡재를 한 것 같다며~
내가 이 책을 펼치기까지의 상황을 반추했다.
작업실 메이트가 얼마 전 책장을 여기 옮겼고,
굳이 이 책들을 저기 꽂았고,
내가 느닷없이 놀러를 왔고,
콕 집어 이더리움 책을 펼쳤고...
결국 나는 그날, 민님의 귀인이 되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누군가의 귀인이 되어 뿌듯했다.
세상만사 다 우연일까?
운명도 결국 우연의 산물??
난 누구?
여긴 어디??
민님이 맛난 안주를 사셨고,
우리는 맥주 한 잔을 나눴다.
해피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