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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cle K Jul 16. 2022

테니스가 싫은 이유

저는 좋은데요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테니스를 좋아하게 된 여러 이유 중 매형의 영향이 꽤나 컸다. 지금은 50줄이 넘은 매형이지만, 가끔 테니스를 치시는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란다. 20년 전 내가 고등학생일 때 매형을 만났고, 함께 농구도 즐기며 친해졌다. 하지만, 가족들의 걱정은 하나. 테니스를 치러 주말에 나가면 그 모임에서 술을 마시고 온종일 놀다(테니스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온다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 내에서 이런 인식 테니스를 즐기는 나에게 커다란 장벽이 되었다. 개인적으로야 술도 좋고, 테니스도 좋아하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운동이었지만, 세상 모든 일이 어찌 내 맘대로 되겠나.

 하지만, 레슨 코치의 월례 대회에서 알게 된 지금의 클럽 BV는 여러모로 달랐다. 운동할 시간을 온라인으로 미리 신청을 했고, 클럽 운영 시간 중간에 내가 떠나더라도 모두들 이해했다. 물론, 우리 클럽에서도 운동 후 식사를 하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이 계셔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힐책하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 클럽 공식적인 회식이 없었는데, 코로나19는 더더욱 그런 자리를 멀어지게 했다. 심지어 코트에 4명 이상 들어가지 말라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정말 콧방귀가 나올 정도로 우스웠다.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 보니, 코로나19가 널리 확산되기 전이었던 2019년 12월 연말 송년회가 BV의 공식적인 마지막 회식이었다. 요즘 또 한창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을 때, 파스 형님(이전에 한번 언급했던 파스 냄새가 시그니처 향수인 형님이다)이 카톡을 보내신다.


 '이번 주 금요일에 뭐하니?'


 다른 클럽의 이야기는 전해 듣지만, 요새 테니스 인구가 많아지고, 연령대도 낮아지다 보니, 예전처럼 주말 온종일 운동을 하거나, 만취되도록 술을 마시는 자리는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 우리 역시 급작스런 모임이었으니만큼, 조촐히 모인다. 항상 코트에서 운동복을 입고 만나던 사이던 만큼, 일상복이 이렇게 어색할 수 없다. 평범한 옷임에도 불구하고, 한껏 멋을 부린 기분이다. 나조차도 동네에서 만났지만, 늘 입던 반바지가 아닌 면바지를 입고 나갔으니 더 할 말이 없다.


 술이 한잔 들어가고, 코트 안에서 할 수 없던 이야기들을 나눈다. 얼마 전 끝난 윔블던, 언더 서브에 대한 이야기, 함께 운동했던 파트너(심지어 오늘 같은 자리에 있어도 할 말은 한다)의 실수, 서로에 대한 독려, 나에 대한 반성 등등 오랜만에 테니스에 대해 흠뻑 젓은 시간이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변한다.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하지만, 테니스 문화는 충분히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운동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왠지 나만 좋아하던 무언가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저변 확대를 통해 우리나라도 테니스 강국이 됐으면 하는 조촐한 바람이다.

 내일 새벽 6시에 운동을 신청해 놨다. 이제는 그만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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