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역전 글감 달력 2507
오늘의 인생 역전 글감 달력 글감은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는 말>입니다. 어떤 말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나요? 흘려보내지 못하고 붙잡아 둔 말 한마디를 글로 풀어보며 이제 그만 떠나보내면 어떨까요? 아니, 어쩌면 너무 소중해서 평생 간직하고 싶은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어떤 종류의 말이든, 그 말 한마디를 통해 마음속으로 다시 여행해 보는 시간입니다.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는 말,
주제를 들으며 생각했다. 무슨 말이 내게 아직도 남아 괴롭히고 있을까?
그러다 문득, 왜 나는 괴롭힌다는 생각을 먼저 했을까? 어떤 말은 기분 좋은 말, 뭉클한 말로 내내 남아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이렇게 내 사고 편향이 부정적임을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말이었을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내 삶에 그런 말들이 주로 남아서일까?
잠시 글쓰기를 포기하고 나도 모르게 슬픔, 아픔, 고통에 잠겼다.
아픈 기억들이 떠올랐다.
미처 치유되지 못하고 무의식 깊숙이 넣어버린 그 말들.. 여전히 꺼내어 보면 상처가 되어 아리고 아픈 말들이 전부다.
그리고 그 말들의 대부분은 그 특유의 표정과 몸짓과 함께 내게 각인되었다.
그 말을 건네는 말투, 표정, 움직임, 바람 느낌, 에너지, 공기의 찹찹함.
그 모든 요소들이 한 덩어리로 내게 박제되어 아픈 장면을 연출했다.
때론 말 보다 그 표정, 그가 풍기는 에너지가 모든 것을 말 대신 말하고 있었다. 말보다 더 아프게, 비열하게, 치열하게 맹렬하게.. 내 가슴속을 관통하여 죽음 직전의 감정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
첫 장면은 어릴 적 자란 친정집이다.
아빠는 알코올 중독이 있었다.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집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우리 가족의 마음에도 멍이 들고, 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대화가 불가능한 그저 한 사람의 광기 어린 시간. 그 밤의 시간이 늘 나에겐 두려움이고 극한의 공포였고, 이런 밤 끝에도 내일 아침이 올까? 하는 두려움과 내일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잠든 채로 모든 것이 게임처럼 그냥 끝나버렸으면 하고 바랐다.
그런 바람은 쉬이 이뤄지지 않았고, 아빠는 예순 초반에 하늘의 별의 되셨다. 언젠가는 별이 될 존재들이 이렇게 한 가족 속에 모여 온갖 별의별 꼴을 다보며 살아가는 이 생이란 게 어린 내 눈엔 참 부질없어 보였다. 그렇게 철이 일찍 든 아이가 되어, 두려움에 벌벌 떨던 아이를 내 안에 봉인한 채 어른이 된 것이다.
지금 이 주제가 다시 나를 그 장면으로 데리고 간다.
" 매 가져와."
아주 아주 어릴 적인 것 같은데 정확히 내가 몇 살인지 모르겠다.
그냥 방 안에서 들려오던 말을 벌벌 떨며 엿들었다. 엄마는 극한으로 우리 삼 남매를 위해 아빠의 난동을 잘 참았고, 그날도 참고 참고 참는 엄마. 내가 알기론 아빠는 엄마를 때린 적이 없다. 그저 기물을 부수기도 하고 큰소리를 치기도 하고 때론 하염없이 울기도 하였다. 그런데 내가 들은 그 소리는 " 매 가져와."였다.
그리고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착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너무 무섭지만, 엄마가 저 방 안에서 아빠한테 맞고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엄마 소리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아직도 이 장면을 흘려버리지 못하고 무의식 지하 세계 한편에 넣고 있었다. 문득 이 주제를 글로 써보려다가 이 장면이 튀어나와 당황한 것이다. 왜 아직도 나는 이 장면을 넣고 있었을까? 인생 첫 책 쓰기를 하며 <사라지고 싶은 너에게>에 다 쏟아 냈다고 생각했는데, 이 장면은 미처 다 버리지 못한 것일까.
아직도 엄마에게 그 장면에 대해 물을 용기는 없다.
어쩌면 내 뇌가 지어낸 환상일지도 모른다.
아빠는 알코올중독이어도 엄마를 때린 적은 없는데..
왜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었고, 그런 장면을 기억하는가..
여전히 나는 엄마의 삶을 돌이켜 보면 가슴이 아리다.
엄마는 내가 그렇게 가슴 아픈 아이로 살지 않길 바라서 더 많이 참고 사셨을 것인데 이제 어른이 된 나는 그만 그 장면들을 떠나보내야 한다.
아빠의 삶을 어느새 용서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길을 걷고 있다 자부했다.
그런데 오늘 제목 앞에 문득. 부들부들 떨리는 그 무섭고 슬프던 내면의 공간으로 다가가니, 하염없이 다시 슬프고, 무섭고, 삶이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그런 내 내면아이에게 진심으로, 진심으로 위로와 사랑을 전한다.
"진짜 너무너무 무서웠지.. 그래.. 아직도 그걸 마음에 넣고 있었구나..
이제 그만 우리 나오자. 그 장면에서..
아빠는 떠나셨고, 엄마는 지금 아주 평온하게 지내시지?
나오지 못한 건 너 한 사람이야..
내 손을 잡고, 이제 그 장면을 풀어주기로 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든, 아픈 영혼들은 그렇게 각자의 미션을 하고 떠나간 거야..
네가 더 성숙한 영혼으로 거듭나려고 그렇게 힘든 시간을 다 묵도한 것인가 봐..
애썼어.. 잘 살아가느라..
그러니 이제 나오자..
괜찮아..
아니,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그때 넌 괜찮지 않았으니.
마음껏 네 마음 풀어놓고 가..
사랑한다...
그 시절 나의 내면 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