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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May 09. 2021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단종 귀신 이야기.

제 6대 왕 단종, 이홍위


전설의 고향에서 봤음직한 귀신 이야기가 하나 있다. 다음 이야기는 실제 조선왕조 실록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 거다.

강원도 영월에 부사가 부임하는 날 하룻밤을 넘기지 못하고 급사하는 일이 일어났다. 연이은 부사들의 원인 모를 사망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이는 분명 ' 억울하게 죽은 귀신의 소행 ' 이라며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대체 무슨 이유인지, 여러 명의 관리가 계속 사망하자 영월은 폐읍이 될 뻔했다.

아무도 영월에 부사로 갈 사람이 없었는데 어느 용기 있는 관리가 '귀신은 없다. ' 며 자원을 했다.

그가 부임한 첫날밤 의관을 바로 입고 앉아 있자 갑자기 주위가 서늘해지면서 촛불이 꺼졌다.


이윽고 곤룡포를 입은 소년이 나타나  ' 내가 목이 졸려 죽을 때 감긴 줄이 아직 남아 있어 너무 갑갑하여 새로 부임하는 영월 부사들에게 풀어달라 했는데 내 모습을 본 그들이 놀라서 혼비백산하더니 죽더라 ' 라는 말을 했다.

새로 온 영월부사는 곤룡포를 입은 소년이 단종임을 알아채고 그의 무덤을 찾아내어 파보니 실제로 단종의 목에 줄이 감겨 있었다.

단종의 시신을 다시 수습한 영월 부사가 그의 제를 정성껏 올리니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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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조선 왕조실록 15권, 선조 14년 2월 1일에 있는 기록의 원본이다.

<< 영월에 요사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여러 명의 관리가 갑자기 죽는 일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노산군(魯山君)의 빌미라고 하였다.

그러자 충원이 제문(祭文)을 지어 묘소에 제사를 올렸는데 그 제문에 ‘왕실의 원자로서 어리신 임금이었네. 청산의 작은 무덤 만고의 쓸쓸한 혼이로다.’ 하였다.

그 뒤로 이 제문을 축문으로 사용하였다. 충원이 6년 동안 군수로 있었으나 끝내 탈이 없었고 요사스러운 말도 사라졌는데 사람들이 이 일로 인하여 그를 칭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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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이야기의 내용하고 실록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지만 억울하게 죽은 단종을 안타까워하는 후대 사람들이 그를 동정하는 마음으로 각색하여 전해진다.



조선왕조의 6대 임금 단종에 대해서 알아보자.

출생과 사망 1441 ~ 1457 (16세 ) 재위 기간 1452년~1455년 (3년)이다.

단종은 원손-세손-세자-왕을 거친 유일한 임금이다. 정통성으로 보자면 태조 - 태종 -세종 - 문종의 정실부인에서 태어난 순수 혈통이다.

그러나 그는 16년의 짧은 생애를 살면서 모진 풍파를 견뎌내야 했다.

태어난 다음 날 어머니, 6살 때 할머니, 10살 때 할아버지(세종), 12살 때 아버지(문종)를 잃고
영월로 유배를 간 이후에는 끊임없이 자결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실록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단종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세종은 너무 기뻐 죄수들을 사면 해주라는 교지를 내렸는데 이 교지를 다 읽기도 전에 그의 가까운 곳에 있는 큰 촛대가 저절로 기울어져 떨어졌다.

이날의 사건은 마치 단종의 운명을 암시하는 듯했다. 세종은 ' 갸우뚱 ' 하며 떨어진 촛대를 얼른 치우라 명했다.

세종과 문종의 머리를 이어받은 단종은 무척 총명해서 세종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는 문종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12세에 왕으로 즉위를 하게 된다.

사실 후대의 왕들도 8~14세에 즉위한 걸 보면 단종의 어린 나이 12세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는 다른 왕들과는 다르게 왕실 어른들이 살아 있지 않았다. 대비, 왕대 비등 뒤를 봐주며 성인이 될 때까지 수렴청정을 해줄 후견인들이 없었다는 거다. 그로 인해 왕권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 만들어졌다.

12살이면 초등학교 5학년인 나이다. 아무리 똑똑했다 한들 한계가 있었다. 단종은 주위에 그를 도와줄 조부모, 부모가 모두 없는 왕이었다.


세종이 신뢰했던 김종서, 황보인, 집현전 학자들이 어린 단종을 보필하려 했지만 결국 왕권을 노리는 수양대군(작은 아버지)의 세력에 의해 제거되었다.

알기 쉽게 연표로 간략히 단종 대의 역사 흐름을 정리해본다.

<1441년>  출생
<1452년 > 왕 즉위
<1453년 > 보필하던 김종서. 황보인 등이 수양대군의 세력(한명회 등)에 의해서 죽음
<1455년> 수양대군에게 왕권을 내어주고 강제로 상왕이 됨.
<1456년> 단종 복위 시도 (사육신 처형)
<1457년> 상왕에서 노산군으로 강봉, 강원도 영월 유배, 숙부인 금성대군이 복위 시도를 했으나 실패,
노산군에서 서인으로 강등, 그해 10월 영월에서 사망.
<1698년> 숙종 때 단종으로 추복 됨.

단종의 능은 강원 영월군 영월읍 단종로 190에 있다. 사망 후 동강에 버려진 시신을 엄흥도라는 영월의 호장이 몰래 수습하여 암장을 했다.
오랫동안 묘를 알 수 없었는데 1541년 영월 군수 박충원이 찾아내어 묘역을 정비했다.

우연의 일치 인지는 모르겠으나 단종의 장릉 주변 소나무는 마치 절을 하는 것처럼 능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중에 유독 기울어진 나무가 하나 있는데 이 소나무를 ' 충절 송 '이라 한다.



단종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우리 딸 만한 나이다. 1457년 그의 강원도 영월 유배는 12살의 어린아이에게 험난하고 복받치는 서러움이었다. 조카의 왕위를 빼앗은 세조도 마음이 편했을 리가 없다. ' 악몽 '으로 시달렸다고 하니 말이다.

권력을 위해 천륜을 져버린 작은 아버지 세조는 단종을 그리도 무참히 짓밟은 건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그의 사후 564년이 흘렀다. 단종의 안타까운 죽음에 심심(甚深)한 애도 (哀悼)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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