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자주 내 시체를 목격한다. 사인은 다양하다. 칼에 찔려 바닥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 죽고, 물보라 휘날리는 계곡에서 떨어져 으깨지며 죽고, 우주 속에 덩그러니 놓여 태양광에 불타 죽고, 손목을 긋고 욕조에 들어가 서서히 죽고, 심플하게 목을 매달고 죽기도 한다.
신기한 경험이다. 내가 죽어가고 있고, 분명히 그것을 인지하고 있는데, 내가 죽어가는 광경을 영화 보듯 관람한다. 마치 유체이탈이라도 한 것 같다. 붉게 충혈된 눈알과 시선을 마주쳐 영혼이 빠져나가는 장면은 일종의 쾌감까지 불러일으킨다.
그날도 그랬다. 잠에 들기 싫은 날이었다. 항상 몸을 눕히던 침대, 머리를 베던 베개, 몸을 덮던 이불이 불결하고 꺼림칙하게 느껴져 잠자기가 싫었다. 억지로 꾸역꾸역 이불속에 몸을 밀어 넣고 잠을 청했다. 창문 사이로 옅은 여명이 스며든 게 기억나는 것으로 보아 새벽 5-6시까지 설치다가 겨우 잠에 들었다. 내가 방 한가운데에서 목을 매달고 있었다. 식탁 의자를 밟고, 형광등에 밧줄을 묶고, 올가미를 양손으로 잡아 목을 집어넣고 있었다. 그리고 툭, 떨어졌다.생명이 사그라드는 신호였다. 그 모든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했다.
그날 아침 나는 알람을 듣지 못하고 늦잠을 잤다. 별다른 일정 없는 주말이어서 다행이었다. 침대에앉은 채 10분도 넘게 넋을 잃었다.커튼 사이로 기어들어온 햇빛은 나를 재촉하는 듯했다. 몸을 일으켰다. 끔찍이도 피곤한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