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25장 : 인어공주 2090.08.14

by 꿈꾸는나비

선장과 대화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왔을 때 임신부는 잠들어 있었다. 가진통이 오고 검진을 다녀왔을 테니 고단했던 모양이다. 깨우지 않으려 노인은 조용히 침대에 누웠다. 어둠 속의 노인의 눈이 반짝거렸다. 노인은 누워 딸을 생각하고 있었다. 벌써 못 본 지 5년이 넘어가고 있다. 딸이 달 기지로 떠나던 날, 종자 기지를 지키기 위해 딸의 마지막 모습도 보지 못했다. 그립다는 표현도 부족할 만큼 마음이 사무쳤다. 혹시라도 살아 있다면 어떻게 하지? 만약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면…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딸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을 텐데…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어둠 속에서 딸의 얼굴을 그리는데 갑자기 임신부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할머니? 거기 계세요? 할머니, 다시 진통이 시작된 거 같아요.”

노인은 벌떡 일어나 임신부의 침대로 다가갔다.

“할머니, 너무 무서워요.”

“괜찮아, 내가 옆에 있어줄게. 자, 내가 알려줬던 호흡 있지? 그걸 해보자고.”

“후… 후후… 후… 후후…”

“점점 진통이 짧아지고 세질 거야.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지?”

“네, 후우…그런데 딸인 줄 어떻게 아셨어요? 오전에 초음파 검사해보니 정말 딸이더라고요. 이름도 못 정했는데 이름을 뭐라고 지어야 할까요? 할머니가 지어줘요.”

“어디 보자, 음… 에리얼. 그래 그게 좋겠네.”

“에리얼이요? 무슨 이름이 그래요? 그게 무슨 뜻인데요? 후…후우…”

“여기는 깊은 바닷속이잖아. 바다에서 태어난 공주님이니 인어공주야. 그러니까 에리얼”

“우리 애가 지느러미를 달고 나오지는 않을 텐데요. 후… 후…후우… 할머니!."

임신부는 눈물을 쏟으며 얼굴이 새 빨개지도록 얼굴을 찡그렸다.

"바닷속에 나쁜 마녀는... 후... 후우윽... 으으억... 없겠죠?”

어느새 얼굴이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그럼,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지켜낼 거야. 걱정하지 말고 호흡이나 열심히 하라고.”

노인은 잡았던 임신부의 손을 살며시 놓고 문 옆 수화기를 들었다. 의사에게 방금 양수가 터졌으니 어서 오라고 말하고 다시 돌아와 임신부의 땀을 닦아준다. 진통이 심해지자 누워 있던 임신부가 몸을 일으켜 세워 일어나 앉았다. 노인은 진통에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임신부 등에 베개를 받쳐주고 손을 잡아 주었다. 임신부는 안간힘을 쓰며 신음소리조차 삼키고 있었다. 잠시 뒤 의사와 간호사가 방문을 열었다. 바퀴 달린 침대를 끌고 와서 임신부를 조심히 옮겨 실었고 침대를 끌고 방을 빠져나간다. 노인이 따라나가는데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노인은 얼른 임신부의 손을 잡고 눈을 맞췄다. 임신부도 말없이 노인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실핏줄이 터진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노인은 방문에 기대어 임신부가 멀어져 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곧 노인은 방 안으로 돌아와 피와 양수로 얼룩진 침대 시트를 걷어냈다. 노인의 손등에 눈물 방울이 두두둑 떨어졌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노인은 얼른 눈물 묻은 손등을 바지에 닦아내고 침대 시트를 말아 세탁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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