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최소한의 청소

의식주 - 의도치 않게 식식대는 주부의 근무 일지

by 박쥐마담

“도대체 니가 무슨 집안일을 얼마나 많이 하는데?” 살면서 이런 말을 듣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잘못 들은 거겠지, 이건 꿈이겠지, 혹 가상현실인가? 무방비 상태에서 날아온 문장 때문에 혀는 ‘동작 그만’ 상태가 되어버렸다. 동시에 콧구멍에서는 뜨거운 김이, 귓구멍에서는 내 눈에만 보이는 집안일 목록이 마트 영수증처럼 뽑혀 나오고 있었다. 불만 살짝 붙이면 천장을 뚫고 날아갈 판이었다. 그렇게 날아가면 어쩔 것인가? 걸어 돌아올 힘도 없는 중년의 주부인 것을. )


이런 상황에서 나름 적절한 대응 방법은, 상대방의 질문을 ‘팩트 체크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진짜 몰라서, 궁금해서 물어보는 셈 치는 것이다. 물론, 내가 무슨 집안일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를 상대방이 모른다는 ‘사실’로 인해 더 화가 날 수도 있지만,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감정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입장 바꾸어서, 나도 자본의 천국에서 전업으로 노동하는 사람의 괴로움, 가족 부양의 짐을 짊어진 어깨의 부담을 다 알지 못하니까.


일반적으로 집안일은 밥 짓기, 빨래, 청소의 3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각 영역이 겹쳐지는 부분이 없다면 지구의 평화는 이미 오고도 남았을 것이다. 밥을 안 해 먹으면 주방을 청소할 필요가 없고, 빨래를 안 하면 방바닥을 굴러다니는 먼지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러므로 청소는, 깔끔이들의 괴벽이 아니라 삶의 기초이자 원동력이다. 밥 짓기와 빨래를 제외한 청소의 넓고도 깊은 세계를 서술하려니 살짝 긴장된다. 나는 물건 정리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쓸고 닦는 데 목숨 거는 편은 아니다. 나보다 더 열심히 청소하거나 덜 청소하는, ‘청소 개인차’를 감안하여 최대한 객관적으로 설명해 보겠다.


하루 2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리고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최소 3분씩 부직포 밀대를 사용하여 바닥에 굴러다니는 먼지를 제거한다. 청소기는 1회 15분씩 주 2회 돌린다. 가구에 쌓인 먼지는 주 1회 3분간 먼지떨이를 이용해 제거한다. 미세먼지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물걸레질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21세기 문화인답게 로봇 청소기를 사용한다. 매일 물걸레를 빨아 널고, 용기에 물을 채우고, 스위치를 누르고, 청소가 끝나면 충전을 시키는 과정을 10분이라고 친다. 화장실 청소는 주 1회 20분 정도다. 세면대와 변기, 욕실 유리를 닦고 바닥 물청소를 한다. 현관 바닥도 주 1회 닦는다. 신발을 신발장에 다 집어놓고 타일 바닥을 물티슈로 닦는 데 3분이면 충분하다.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것을 제외하고, 일반 쓰레기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 데 매일 5분 걸린다. 여기까지 일주일에 203분이다. 평균을 내면 하루에 29분이다. 겨우 이것밖에 안 되나? 뭘 빼먹었지?


두 주에 한 번 가스레인지와 전기밥솥을 닦는다. 매달 청소기 먼지 거름망을 비우고 먼지 필터를 물로 세척하고 말린다. 두 달에 한 번, 세탁기 먼지 거름망과 공기청정기 필터를 청소하고 말린다. 석 달에 한 번, 먼지 청소 부직포와 쓰레기봉투를 사 온다. 비 오는 날을 이용해 베란다 방충망 청소를 한다. 육개월에 한 번 부엌 타일과 수납장, 옷장 안, 전등 갓, 침대 밑 먼지를 닦는다. 역시 육개월에 한 번 냉장고를 대대적으로 청소한다. 일 년에 한 번 에어컨 필터를 청소하고, 선풍기 두 대의 먼지를 닦는다. 유리창은, 안 닦을란다. 청소에 들이는 기운과 정성을 잘 알지 못하는 이에게 청소 가짓수와 시간의 총량을 알려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최소한의 청소’로 내 집은 살만한 곳이 되었으니, 감사히 누리면 되는 것을.


흥, 내일은 조금 덜 깨끗한 집에서 더 살만한 날을 보내야지.


사진 : 원고를 마무리하는 동안 소나기가 내렸네요. 방충망 물청소를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