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원이가 입원했다.

by 지호

prologue.



오전 9시 30분.

한창 베트남에 있을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원이 병원 입원했대. 얼른 둘째한테 돈 좀 보내줘.”


“뭐? 입원했다고? 돈은 무슨 돈?”


나는 제주도에 있는 사촌언니를 방문해 2박 3일을 보낸 뒤 김포로 가는 비행기에 막 올라서던 참이었다. 4박 5일, 엄마가 아빠와 베트남으로 부부동반 여행을 간 동안 나와 둘째가 원이를 돌아가며 보기로 했었고 둘째는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다 주말에 대전에 내려가 원이와 있다 하루 만에 응급실에 갔다. 엄마는 떠나기 몇 주 전부터 원이를 홀로 두고 떠나는걸 불안해했는데 하필, 베트남을 간지 만 하루도 안 되서 이런 일이 터진 것이다.


딸 셋인 우리 집 막내 원이는 발달장애가 있어 만으로 스물 두 살이지만 주변에서 케어해주지 않으면 혼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아기처럼 돌봐주어야 하기 때문에 아기라고 부르지만 원이는 실제로 몸집도 얼굴도 아가의 모습을 한 스물 두 살이다.


엄마의 차분하고 한숨 섞인 말만 들으니 상황이 이해도 안가고 답답하기만 했다. 곧바로 동생에게 전화를 걸자 원이가 갑자기 의식을 잃어 아침에 응급실에 왔고, 지금은 중환자실로 옮긴 상태라고 했다. 예상은 했지만 동생은 우느라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고 전화기 너머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병원비를 내야 하냐고 물으니 지금은 필요 없단다. 그러니까 엄마의 말은 베트남을 가기 전 엄마가 나에게 수고비로 송금한 용돈을 둘째에게도 빨리 보내란 소리였다. 엄마 입장에서는 병원비와 위로 명목으로 빨리 챙겨주라는 소리 같았지만 지금 둘째의 상황은 확실히 용돈 챙기기 할 형편은 아니었다.


제주도를 가기 전에 나도 엄마처럼 여행을 취소하고 원이에게 먼저 갈지 수십 번은 고민했던 터라 그때 감을 따랐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들었다. 심장이 두근댔지만 제주도에서 대전까지 가기에 4~5시간의 여정이 남아있었고 아직은 진정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은 베트남에서 가장 빠른 항공편을 타고 올 것이고 내일 오전에야 도착할 것이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던 우리 가족은 몇 개월 만에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언제나 그렇듯 원이가 중심이 된 자리에서. 하지만 낯선 장소인 병원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