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한 남편을 자랑합니다

by AskerJ



그러니까 이 글을 쓰게 만든 일은 어제 일어났다. 교회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남편이 운전할 때는 어지간하면 자지 않으려 하는데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집에 와서 식사를 준비하는 남편과 부엌에 나란히 서서 설거지를 하는데 남편이 말을 걸었다.
"자기가 자길래 운전을 더 오래 했어요."
잉? 이게 무슨 소리지? 순간적으로 내가 잠을 잤다고 타박하는 소린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들어보니 그 소리가 아니었다.
"나 더 자라고 길을 일부러 더 돌아서 왔다는 거예요?" 하니 그 말이 맞단다. "어머 스윗하네요~" 하니 그쵸? 하고 뿌듯한 표정으로 웃는다. 싱긋 웃을 때 들어가는 그의 보조개를 좋아한다. 아들에게 물려준 뒤로는 조금 낡았지만 그마저도 나만 안다는게 좋다. 그 자리에서 모든 감동을 한번에 다 받는게 아니라 곱씹어보면서 감동을 할부로 받는 나는 자기 전에 그 일을 떠올려본다. 생색이랑은 거리가 먼 사람인데 얼마나 알려주고 싶었으면 그걸 얘기했을까. 자신이 생각해도 스스로가 참 괜찮았던걸까. 조금이라도 더 자라고 운전을 일부러 더 한 것도 감동이지만 그걸 알려주고파하는 마음을 떠올리니 새삼 귀여웠다.

누군가가 남편의 스윗함에 대해 묻는다면 말할만한 일은 따로 있다. 여성의 삶에서 가장 큰 변화로 꼽힐만한 일인 출산 직 후의 일이다. 다른 통증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가라앉는데 유독 다리 부종이 빨리 가라앉지 않아 고생을 했다. 불편한 것도 불편한거지만 내 인생 처음보는 이 다리가 이대로 쭉 갈까봐 불안한 마음이 컸다. 그걸 옆에서 보는 남편도 걱정이 되었는지 마사지를 해주려는데 아프기만 해서 그만두라고 했다. 거기서 그냥 접었어도 될 일이었다. 남편이 갑자기 조리원에서 받는 마사지를 배우겠다고 하는게 아닌가. 당황스러웠지만 배우겠다니 말릴 수도 없어 마사지실에 같이 갔다. 선생님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놀라셨지만 이내 남편을 기특해하며 열의를 가지고 가르쳐 주셨다. 나중에 할 일이 없으면 마사지일을 되겠다고 하시면서. 갑자기 학습의 장이 된 마사지실 분위기가 참 웃겼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는 당연히 남편의 마사지를 마다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일은 내가 남편에게 열받을 때 떠올리면 대부분 가라앉게 만드는 마성의 힘을 지니게 되었다. 조리원에서 부인을 위해 마사지까지 배우는 남편이라니 그럴만하지 않은가.

이렇게 오래도록 우려먹을 수 있는 사골 같은 스윗함도 좋지만 나는 일상의 소소한 스윗함을 조금 더 좋아한다. 예를 들면 눈을 마주쳤는데 "오늘 예쁘네요?" 라는 한 마디를 던진다든지, 같이 차를 타고 가면서 한 손을 스윽 내밀어 내 손을 잡는다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웃게 되고 하루의 활력이 생기는 스윗함이다. 내가 한창 육아만 하며 존재감을 잃고 힘들었을 때에도 부탁했던 것도 이런 것이었다. 설거지 하고 있을 때 지나가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내 엉덩이라도 한번 툭 쳐달라고. 그렇게 소소하고 별 거 아닌 스킨십이 내가 여기있다는 걸 알아주는 것 같아 좋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이고 노골적인 부탁 덕분이었는지 그 뒤로 한동안 남편은 내 엉덩이를 참 열심히도 쳐주었다. 그 당시 나는 참으로 작아져 있었기 때문에 내 부탁을 들어주려는 노력 자체가 참 고마웠다. 남편도 이렇게 작은 것들이 나에게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 몰랐을 것이다. 어쩌면 그가 일상에서 이렇게 스윗해진 것은 시들했던 내가 점점 피어나는게 보여서일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우리 남편은 유니콘이 아니고 사람이라 항상 스윗한 것은 아니다. 당연히 이해 안되고 열받게 하는 순간들도 있다. 그럼에도 마음에 여력이 있을 땐 얼마든지 스윗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내가 믿는 구석이다. 오늘의 글은 사실 남편이 마음에 여력이 없을 때 꺼내보기 위해서 쓴 것이다. 그가 스윗함과 거리가 멀어질 때에는 나에게 애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그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이라는 걸 잊지 않기 위해서. 그럴 때에는 여력이 없는 그 대신에 내가 나에게 필요한 스윗함을 채워줘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가 건네는 것만큼 나를 피어나게 만들 자신은 없지만. 자기 전에 하루를 돌아볼 때 힘들었던 순간보다 스윗했던 순간들이 더 많으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는 남편 덕분에 성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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