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앱을 켜자 메인에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안내가 떴다. 50인의 작가를 뽑아 출판을 지원하고 상금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50인 안에 들 수 있을까. 들게 된다면 얼마나 기쁠까. 설레발을 치려는 나를 막아서며 역대 수상작들을 보았다. 그 중 내가 쓰고자 하는 것과 비슷한 장르의 글들을 보는 순간, 설레발도 두근거림도 멈췄다. '아, 이 정도로 잘 써야 책을 낼 수 있는 거구나' 내가 본 글들은 잘 읽히면서도 재미있었고, 남다른 표현력이 있었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절대로 이만큼의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은데 어쩌지. 마음이 조금씩 구겨지며 작아지기 시작했다. 구겨지며 잡힌 주름마다 못난 열등감이 꼭꼭 끼어있었다. 창작이라는 건 순간순간 내가 얼마나 구린지 확인하는 일 같다. 내 안에 내놓을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막막함과 싸우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 인정 받고 반짝반짝 빛나는 글들을 보니 더욱 초라해질 수 밖에. 이번 생에 책내는 건 안되는걸까. 어느 새 나는 아직 살아내지 않은 날들까지 싸잡아서 단정짓고 있었다.
구겨진 마음을 조금이라도 펴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은 글보다 더 마음처럼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끝끝내 그려냈다. 아이들과 다녀온 여행에서 느낀 점을 그렸다. 뭐라도 내어놓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자꾸만 가라앉는 마음을 부여잡다 오후가 되어서야 정신이 들었다. 우연히 펴든 책에서 글쓰기의 목표는 '책쓰기'가 아니라 '글쓰기'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문장도 눈에 들어왔다. 글쓰기로 모인 채팅방에 수상작을 보고 위축되었다 하니 '위축되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내어 놓는 그 과정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단호하고 다정한 위로가 돌아왔다. 조금씩 기운을 얻어 나도 나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마음이 구겨진 와중에도 그림을 그려낸 것에 대해서. 지금까지 불안하고 막막해도 놓지 않고 글을 써온 것에 대해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음을 내어 전해보았다. 사실 포기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도 하다. 이것마저 없으면 나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아서. 언제부터 나는 글쓰기에 이렇게 절박해진걸까. 육아를 시작하면서부터일까. 그 절박감이 내 안에 무엇이 있든 없든 박박 긁어 내어놓게 만든다.
모으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드래곤볼처럼 내 글도 100개를 모으면 뭐라도 될거란 보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도 보장해준다 하지 않았지만 나는 혼자 믿어보기로 했다. 그 믿음이 있어야만 무사히 100개의 글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서. 100개의 글을 채우고나면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 그건 그 때가서 다시 묻기로 한다. 적어도 100개의 글을 쓸 때까지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남편과 약속했다. 그마저도 그놈의 출판 프로젝트 앞에서 잠시 무너지고 말았지만. 나는 다시 아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포기하지 않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궁금하고 보고 배우고 싶지만 당분간 지난 수상작도 보지 않기로 했다. 그걸 읽으면서 마음이 작아지지 않기란 지금의 나로선 어렵다. 구깃구깃 작아진 마음으로는 좋은 글은 고사하고 글을 쓰기조차 어려워진다. 시간과 마음을 들여 조금씩 펴나간 마음에는 주름졌던 자국이 남아있었다. 적어도 열등감이 낄만한 주름은 잠시 사라졌다. 내일도 나는 마음을 쉽게 구겼다가 어렵게 펴내기를 반복할 것이다. 그 지난한 반복 속에서도 나는 뭔가를 계속 꺼내놓을 것이다. 조금 쓸쓸하겠지만 나만큼은 나를 대단하다고 해줘야지. 없는 마음을 박박 긁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