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작가로 승인되고 나서 약 3달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총 34개의 글을 썼고, 어제부로 누적 조회수가 10만을 넘었다.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간의 시간들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사실 누적 조회 수가 10만뷰가 넘었어도 내 일상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카페나 집에서 글을 읽고, 글을 쓴다. 글을 쓰면서도 이 글이 과연 괜찮은 글인지 의구심을 가진다. 애써 그 마음을 지우며 '오늘도 썼다'에 의의를 두고 에라 모르겠다 올려버린다. 내 글이 어떻게 읽히는지 궁금해서 나의 첫번째 독자인 남편에게 보내 피드백을 받는다. 남편은 항상 재밌다 좋다 해주는데 나빠도 좋다 해줄 사람은 아니니 그 말을 믿어본다. 어쩌다 글이 다음 메인에라도 걸리면 기분이 좋아지고 하루 종일 반응을 살핀다. 항상 글을 쓰는 것만으로 만족스럽지는 않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 글감의 한계에 대한 조바심, 그냥 이렇게 취미 글쓰기로 끝나버릴 것 같은 막막함이 안개처럼 드리우다 걷히다를 반복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글쓰기가 취미로 끝나지 않는 것이다. 내 글쓰기에 전문성이든 진실성이든 어떠한 가치가 더해져 그 가치가 물질로 환산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마디로 글쓰기가 나를 먹여살려줬으면 좋겠다는거다. 이 바람을 기준으로 본다면 분명 누적 조회 수 10만은 아무 효용이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 여전히 글쓰기는 돈벌이가 되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글쓰기 이 전의 나와 글쓰기를 시작한 후의 나를 비교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내가 쓴 초기의 글들을 보면 대부분 결혼생활, 육아에서 오는 스트레스, 부담, 자괴감, 고통을 다루고 있다. 그러다 이야기는 현재의 나뿐만이 아니라 과거의 나도 오가기 시작한다. 나에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으로 이야기가 번진다. 똑같이 육아에 대해서 쓰지만 육아 속에서 허덕이지 않는다. 육아를 조금 떨어져 바라보게 된 것이다. 나의 세계가 확장되고 내 관점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달라지지 않은 듯 달라졌다. 내 일상과 마음에 대해 쓰면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져 갔다. 가끔은 내가 글을 쓰는게 아니라 글이 나를 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글이 나를 끌고 나아가는 것 같기도 했다. 글은 나를 '살아지는'게 아니라 '살아가게' 만들었다. 물렁했던 나는 조금의 부정적인 생각에도 힘껏 뭉개지곤 했다. 조금 단단해진 나는 이제 어두운 마음이 밀려오면 글로 쓸 생각부터 한다. 육아하며 한껏 쪼그라든 내 자신감은 조회수와 라이킷을 먹고 자라기 시작했다. 반응에 연연하지 않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인정받는다'는 것은 역시 살아있는 느낌이 들게 했다. 이만하면 나에게 글쓰기는 이미 돈벌이 그 이상을 해냈다. 내가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써야 될 돈과 시간을 아끼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앞으로도 아쉬워하고 막막해하고 뿌듯해하며 글쓰기를 해나갈 것이다. 살아가는게 그렇듯이. 아직 작가라는 말에는 고개를 들기가 어렵다. 그보다는 '꾸준히 쓰는 사람'으로 있어보려 한다. 엄마로, 주부로, 아내로, 딸로서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글쓰는 나'도 있다는 걸 잊지 않을 것이다. 뭔가를 못하고 있는 걸까봐 자주 초조해지는 나에게 써온 글들을 보여주며 안심시켜 줄 것이다. 이렇게나 분명히 쌓여가는게 있지 않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