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제약은 어떻게 나를 성장시켰나
최근 갔었던 엄마들 모임에서 콘텐츠가 매력적인 한 인플루언서를 보여주었는데 이 분이 결혼은 했고 아이는 없다고 했더니 한 엄마가 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에이~ 애 없으면 나도 이만큼 하지!! 나도 진작 이 세계를 알았어야 했는데!” 했다ㅋㅋㅋ
사실 나도 종종 아쉬웠던 적이 있다.
아...내 시간이 지금보다 많았다면,
내 체력이 지금보다 좋았다면,
아이들 없을 때 이걸 알았다면,
왜 나는 이걸 애 낳고 나서야 알았지!!
그 중 몇 번은 그런 상상을 진지하게 끝까지 해본 적이 있다.
내가 아이 없을 때로 돌아간다면 지금 원하는 목표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을까 하고.
결론은 의외로 분명한 ‘아니오’ 였다. 표면적으로 보면 시간과 체력의 제약이 있는 건 맞다.
그런데 엄마 되기 이 전의 나를 떠올려 보면 시간과 체력이 더 있다고 해서 그만큼 목표를 향해 집중해서 달려가는 것은 아닌 것도 맞다. 오히려 엄마로서의 제약이 나에게는 ‘더 큰 간절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시간과 체력이 항상 빠듯하니 강제로라도 집중력을 올려야만 했고,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열심히 줄 세워서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분배해야만 했다.
이 전에는 어딘가 막연히 여유로워서 나에게 중요한 일이 뭔지, 그 기준은 또 뭘로 세울지 고민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돈관리에 대해서도 거의 무지에 가까웠다. 있으면 있는대로 쓰고 없으면 말고 수준이었다.
‘버는 것 이상으로 쓰는 사치만 안 부리면 됐지 뭐’ 의 배짱이었다.
아이들 낳고도 한 동안은 돈관리에 관심 둘 여유도 없이 지내다가 재작년 초, 뜬금없이 남편한테 나도 주식투자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해서 투자금을 지원받았다(물론 거침 없이 뛰어든 만큼 거침 없이 망했다^^).
돈을 쓰거나 모으는 것만 해 본 사람이 돈을 굴려보려다 망해보니 정신이 번쩍 들어서 그 뒤로는 제대로 공부해보기 시작했다. 아이 낳기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남편과는 달리 부동산, 내집에도 딱히 관심 없던 내가 부동산 책들을 읽고 관련 모임을 하고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가계부 쓰기, 경제 기사 읽기도 습관으로 만드는 시도 중이다.
내 동기는 ‘제약의 간절함’뿐만 아니라 ‘부모로서의 책임감’이기도 하다.
내가 무지하고 태평한 건 괜찮았는데 아이들도 나처럼 경제, 사회에 대해 무지한건 어쩐지 싫었다.
돈을 잘 벌길 바란다기보다 돈을 어떻게, 얼마나 벌지를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의 ‘여유와 자신감’을 가지고 살길 바란다. 그러려면 역시, 내가 먼저 알고 경험해야 한다.
안정지향형인 남편과 안이한 내가 치열한 사업의 세계로 뛰어든 이유 중 하나도 아이들에게 우리가 경험한 세계만큼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우리가 그저 안정적이고 따박따박 돈 들어오는 직장인의 세계만 경험한다면, 직장인 세계의 장단점밖에 보여줄 수 없다. 마치, 우리 부모님들이 우리에게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야 좋은 회사 들어가서 잘 사는 거야!" 하셨던 것처럼. 부모님들의 제약적 경험이 우리에게 '행복의 길은 정해져 있다'는 고정관념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물론 덕분에 나도 남편도 꽤 성실하게 살아왔다).
우리끼리만 살았으면 적당히 안정적으로 적당히 여행 다니면서 '남들 다 이렇게 사는거지 뭐' 했을 인생이 갑자기 다이나믹해지기 시작했다. 알지 못하는 세계로 다이빙 하는 일은 한편으로 무섭고 아찔했지만 새롭게 추가 된 정체성으로 인해 우리는 막연한 불안감보다 활력을 느끼기도 했다.
이렇게 ‘아이 둘 엄마’의 세팅이 아니고서야 이만큼 치열하게 움직이지 않을 나란걸 분명히 알면서도 나는 문득문득 아쉬워할 것이다.
‘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지금보다 자유로울 때 해볼껄!!!’
그 때는 그 때의 자유를 즐기느라 정신 없었던 걸 잘 알면서도 해보는 푸념이다.
그렇게 한 마디 내뱉고 다시 현재에 집중한다.
지금의 나이기에, 우리 둥이의 엄마이기에 내 인생에도 더 책임감을 갖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집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