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진님:) 저녁 날씨가 제법 서늘해졌어요.
오랜만에 집 앞 아트센터 광장(?)에 나왔는데 귀뚜라미 소리도 제법 크게 들리네요. 얼마전 엄마집에 있을때만 해도 밤엔 개구리 소리, 풀벌레 소리에 아, 여름 밤이구나 했는데. 가을이 성큼 다가온게 느껴져요.
혜진님은 가을 좋아하세요?
가을은 대부분의 사람이 좋아하는 계절이 아닐까싶어요. 날씨도 좋고, 먹거리도 풍성하고!!
근데 저는 와, 좋다 이런 느낌은 별로 없는 듯. 아 가을이구나 하고 넘어가는 계절이기도 한 것 같아요.
왜그럴까 생각해보니 워날 짧은 기간이기도 하고요. 옷차림도 애매해지고, 무엇보다 추운 겨울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워낙 추위에 약한 저는 두려움에 대비하는 시간이기도 한 것 깉아요.
하지만 가을은 누가뭐래도 정말 이쁜 계절이죠. 예전에 단풍이 한창일 무렵에 경주 불국사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의 단풍을 잊을 수 없어요. 형용사의 정해진 단어들로는 수식할 수 없는 아름다움. 자연의 신비였죠. 인간이 지은 절과 어우러진 풍경은 절로 감탄이 나오게 했어요. 사진이 어디 있을텐데.(못찾겠어요오....;;;)
단풍만 있나요. 벼가 있는 벌판은 또 어떤가요. 아 이건 그림으로 한번 그려볼까요?
앗ㅋㅋ이런 그림이 나오다니.
옛날 초등학교 때 살던 곳은 논밭이 있는 시골이었어요. 시골에서 자란 것의 혜택은 누가뭐래도 자연을 벗삼아 논 것일텐데 어려서부터 집순이였던 저는 집에서 책보거나 집에서 애들과 인형놀이하거나 그러고 논게 다였어요. 하지만 자라면서 보아온 풍광은 그대로 내 맘속에 남아 그런 풍경들을 마주할 기회가 생기면 마음이 들뜨곤 했죠. 조용하면서도 잔잔했던 시골에서의 나날들.
그때 살았던 집이 단층이었는데 옥상에 올라가면 산 중턱에 있는 제실이 보였어요. 단풍이 질때쯤이면 제실을 마주하고 앉아 그림 그릴 준비를 했죠. 스케치북, 물감을 들고 올라가 의지에 앉아 그림을 그렸는데 의자가 어디에서 났는지, 어디다 대고 그림을 그렸는지 이런건 정확하게 기억의 안나는데 저 풍경을 어떻게 옮기면 좋을까 골똘히 고민하던 내 뒷모습은 어쩐지 기억에 남아요. 내가 나를 봤을리가 없는데 말이죠.
아. 그러고 보니 가을은 내게 아름다움이네요.
그냥 그대로의 아름다움. 그런데 뭐 꼭 가을만 그런건 아니죠. 봄은 벚꽃으로, 여름은 초록으로, 겨울은 새하얀 눈으로 아름다우니까요.
그 아름다운 계절이 성큼 다가오는데, 코로나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서 밖에 돌아다니기도 무서운 시기에요. 이번 가을은 그래서 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가을을 즐길 방법이 없을까 고믾을 해봐야겠어요. 코로나 블루라고,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많다더라구요. 다들 슬기롭게 이겨내야 할텐데 ㅠ
혜진님은 어떤 가을을 품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