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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 <안식일 Sabbath>

by 나날
우리가 자신이 할 일을 다 마쳤다고 느끼면서 떳떳한 마음으로 쉴 수 있는 그날로.



나는 종교가 없다. 그러나 인간보다 초월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 비록 신이라 부르지 않을지라도. 또한 인간은 보잘것 없지만 개개인의 삶이 눈에 보이는 행위를 넘어선 의미를 갖고 빛을 낸다고 생각한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엔 영혼이 있다고도 믿는다. 나는 특정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그들이 행하는 의식의 의미와 가치 역시 존중한다.


<안식일>은 올리버 색스가 죽기 2주일 전에 발표된 에세이이다. 리투라이아계 유대인으로 태어난 그는 이 글에서 유대교의 '안식일'에 초점을 맞추어 그의 삶을 되돌아본다.


이제 쇠약해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한때 단단했던 근육이 암에 녹아 버린 지금, 나는 갈수록 초자연적인 것이나 영적인 것이 아니라 훌륭하고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생각이 쏠린다. 자신의 내면에서 평화를 느낀다는 게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안식일, 휴식의 날, 한 주의 일곱 번째 날, 나아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일곱번째 날로 자꾸만 생각이 쏠린다. 우리가 자신이 할 일을 다 마쳤다고 느끼면서 떳떳하 마음으로 쉴 수 있는 그날로.
<고맙습니다>, 안식일, 올리버 색스, 56p


그가 마지막으로 발표한 글을 보며 휴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껏 진정한 휴식을 취한 적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앞만 보고 바쁘게만 살았다는 것이 아니라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어도 쉼을 위해 보내지 않고 무언가에 쫓기듯 내가 진정으로 원하지도 않는 것들로 시간을 보냈다는 뜻이다. 나는 무엇이 바빠서, 무엇을 위해서 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내 안에 채우려고만 했을까.


무언가를 계속 채우다 보니 내 안이 오히려 텅 비어 버리는 느낌이 든다. 그 텅빈 내면을 바라보려 한다. 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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