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요구에 따른 맞춤형 인간생산

인공지능 시대에 생명과 죽음 1, 영화 <아일랜드>

by 박인조
“여러분은 자신의 나이에 맞게 자유자재로 자랄 수 있는 장기를 보고 계십니다. 12개월 만에 준비는 다 끝납니다. 이것들은 고통, 행복, 아픔, 사랑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냥 제품입니다.” - 영화 <아일랜드>(The Island) 중에서


유전자의 일부를 잘라 내거나 붙여서 특정한 유전 형질의 발현을 막거나 원래는 없던 형질이 나타나도록 하는 유전자 교정(genome editing)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기술의 핵심도구가 유전자가위(genetic scissors)인데, DNA 염기서열을 인식해 자르는 효소의 일종입니다.


전통적으로는 약물과 항체를 이용해 질병에 원인이 되는 유전자나 유전자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을 억제해 치료했습니다. 반면 유전자가위는 유전자 자체를 제거하는 방식이라 이론적으로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홍성욱, 『크로스 사이언스』(파주: 21세기북스, 2019), 193-199.)


다만 이 기술은 아직까지 원하는 유전자를 정확히 자르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인간의 유전자 풀(gene pool), 즉 인류의 유전자 구성을 바꿔버려 예측하기 힘든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그리고 유전자가위 기술의 적용범위와 관련해 이 기술을 식물과 동물과 인간 중 누구에게, 인간의 경우 체세포와 배아 중 어디에, 생식세포에 적용할 때 임상과 연구 중 무엇에 사용할 것이냐에 따른 논란이 있습니다. (이정동 외, 『공존과 지속』, 15-20, 80-82.)




이러한 유전공학(genetic engineering)은 불치의 병으로 알려진 질병을 고치는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의학기술을 사용하는 방식과 그 결과에 대한 윤리적 책임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유전자 이식이나 조작이 불러일으킬 유전자 변이로 생겨날지도 모르는 예상치 못한 문제점도 우려됩니다.


특히 어떤 사람과 유전자 구성이 똑같은 아기나 사람을 만들어내는 복제기술인 클로닝(cloning)을 통한 복제인간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양, 소, 원숭이와 같은 동물에서는 이미 성공했는데, 인간의 경우에도 성공했다는 발표가 있지만 의심스러우면서도 이미 기본 기술은 완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Ramez Nam, more than HUMAN, 남윤호 역, 『인간의 미래』(서울: 동아시아, 2007), 202-205.)


인간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복제인간을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복제인간의 생명에 대한 주도권과 죽음에 대한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여러 질문이 생깁니다.


고객의 주문과 함께 키워지는 인간

클로닝 기술로 복제인간을 양산하는 내용의 영화 <아일랜드>(The Island, 미국/2005)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수많은 사람이 잠에서 깨면서부터 몸 상태를 점검받고, 흰색의 깨끗한 새 옷을 입고 새로운 신발을 신습니다. 그리고 몸 상태에 따른 음식을 먹고 적절하고 체계적인 운동을 합니다.

규칙적인 학습과 차분한 음악을 들으며 항상 공손하고 유쾌하며 평온한 마음을 가질 것 그리고 '건강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방송을 곳곳에서 보고 들으며 생활합니다.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인간관계까지 직원이 관리해줍니다.

(출처: 영화 장면 캡처)

이런 환경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분명 엄청난 부자이거나 권력을 가진 인물이겠지요. 그런데 실제는 누군가의 불의의 사고나 질병에 대비해 사용할 장기를 준비할 목적으로 키우는 복제인간입니다.

이런 목적으로 키워지고 있으니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최상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 영양관리는 물론, 온갖 편의시설을 제공해서 키우는 소나 돼지, 닭과 무엇이 다를까요.


그들은 자신을 환경오염으로 멸망한 지구의 마지막 생존자라고 알고 있습니다. 시설 곳곳에 이들을 감시하고 지키는 직원이 있고, 이성과의 접촉을 제한하거나 일부 통제되는 생활에 불만도 가집니다.

하지만 일상의 삶에 전혀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만큼 완벽한 환경이 제공됩니다.


무엇보다 이들에게는 한 가지 꿈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구에서 오염되지 않은 유일한 땅으로 알려진 '아일랜드'에 뽑혀 가는 것입니다.

가끔씩 이 명단이 발표되는 날이면 다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대하고, 선택된 이들은 주변 사람의 축하와 부러움을 받으며 특정한 곳으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링컨 6 에코’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어느 날부터 배를 타고 가다 사람에게 끌려 바다에 빠지는 악몽을 반복해서 꿉니다.

또 외부에서 환기구멍을 통해 날아든 나방 같은 벌레를 잡습니다. 이곳을 제외한 밖은 환경오염으로 아무 생명도 살 수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말이지요.




평소 아일랜드에 가는 것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있는 삶을 원하던 링컨 6은 여러 의문에 호기심이 생겨 몰래 시설 곳곳을 조사하다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합니다.


아일랜드로 갔다고 생각한 한 산모가 아기를 출산한 후에 약물을 투여 받고는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과 태어난 아기가 대기실에 있는 한 부부에게 전달되는 것을 본 것입니다.

또 장기 제거 수술 중 마취가 깨어 수술실에서 뛰쳐나와 소동을 벌이는 남자도 보았습니다. 링컨 6은 평소 관심을 가졌던 여인 ‘조던 2 델타’와 지금까지 살던 시설을 탈출합니다.


이곳은 ‘2015 유전자 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만든 세상으로 12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나이에 맞는 원하는 장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 그러나 정말 나와 똑같은 사람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고객을 모아놓고 이러한 ‘제품’을 설명하는 회사는 이들은 인간이 아니라고 하면서 고통, 행복, 아픔,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만들어진다고 강조합니다. 혹시나 모를 죄책감을 주지 않기 위한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고객에게는 여기서 키워지는 인간은 절대 보여주지 않습니다.


유명인을 비롯한 재력가들은 만일의 사고와 질병에 대비해 이곳에서 복제인간을 계약합니다.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신체적인 모습은 물론 성격까지도 최대한 닮도록 관리하는데, 결국 이곳의 인간은 부유한 일부 사람을 위해 격리시설에서 키워지는 제품인 것입니다.


링컨 6에 붙는 ‘에코’는 이곳에서 3년 자란, 조던 2에 붙는 ‘델타’는 4년 키워졌다는 의미입니다.


시설을 탈출한 링컨 6과 조던 2는 시설의 정비공으로 근무하던 맥코드를 만나 이런 모든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원래 인간, 자신을 주문한 인간을 찾아 나섭니다. 그들에게 회사가 법을 어기고 있다는 것을 알리면 진짜 인간으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서 말이지요. 그래서 당신들은 대처용이므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맥토드의 설명을 흘려듣습니다.


곧 이들의 탈출이 발각되고 시설의 최고 관리자는 용병 알버트를 고용해 잡아오려고 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죽일 것을 지시합니다.

그 과정에서 알버트는 링컨을 죽이려는 용병이었지만, 점차 이들도 진짜 인간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돕게 됩니다. 링컨은 자신을 실제 주문자로 속이고 다시 시설로 들어가 시설을 파괴시킵니다.

(출처: 영화 장면 캡처)

영화의 마지막 장면, 수많은 인간들이 부서진 건물 틈 사이로 나와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황량한 땅으로 쏟아집니다. 그리고 링컨은 꿈에서 보았던 그 배를 타고 조던과 같이 바다를 가로질러 떠납니다.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영화 <아일랜드>는 생명공학의 발달이 낳을 수 있는 우려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유전공학을 비롯한 의학기술의 발전은 질병과 노화를 극복해 생명연장을 이루어 영원히 죽지 않을 불멸까지도 상상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누구나 사용가능한 보편화된 기술이 개발되기 이전이라면 기술 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어 생명연장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부담해야 할 비용이 큽니다.


즉 특정 집단만이 누릴 수 있는 기술이라면 풀어야 할 정의의 문제와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으로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유익을 누리기 어려워졌을 때 결국에는 빈부의 격차가 유전적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그리고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 When humans transcend biology)에서 낙인효과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정부나 국가기관이 유전자 치료와 인간 강화 연구를 주도하며 제거하려 하거나 장애라고 판단하는 유전적 형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런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한편에서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우생학(eugenics)의 재현일 수 있습니다.

우생학은 중산층이나 상류층에 비해 가난한 사람이나 노동자들이 사회보장 제도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많이 낳아 키우면서 결국 세상은 가난한 사람들이나 덜 적합한 사람들로 꽉 찰 것이므로 이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다윈(Charles Darwin)과 그의 추종자들이 인간도 자연선택을 통해 적자생존이 이루어지므로 병원에서 병에 걸려 죽기 직전의 사람을 살리는 것은 자연에 역행하는 방식이라는 주장에 따른 것입니다.

이를 근거로 1920년대 이후 미국에서 이민제한법이 실시되었고, 독일에서는 1929년 대공항 이후 유전병 치료에 들어가는 예산을 삭감하고 강제적 거세를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히틀러가 집권하면서 기형으로 태어난 아이를 어릴 때 안락사 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특정 인물이나 집단이 우수한 인간과 열등한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을 만들어 적용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입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그런 권한이 주어질 수 없을뿐더러, 인간은 누구나 다 소중하고 유일한 한 생명으로 태어난 존재라는 것은 세상이 존재하는 근간입니다. 이것이 깨질 때 결국 모든 인류는 종말을 맞게 됨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이처럼 인간복제를 통한 생명연장의 윤리적인 문제를 영화 <아일랜드>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윤을 목적으로 특정한 사람의 생명유지를 위해 누군가의 생명이 이용됩니다. 즉 명분은 누군가를 살린다는 것이지만, 실제는 비즈니스를 위한 것입니다.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며 죽음을 이기는 것과 비교하면 싼 값이라고 홍보하면서 말이지요.


사실 고대로부터 인간은 죽지 않는 삶을 추구했고 자신이 처한 상황과 형편에 따라 다양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좋은 음식을 먹으며 몸을 보양하려는 것이나 심신을 편안히 하려는 노력들도 그 한 예입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도 영원한 삶을 선물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죽은 이후 내세에서의 안정된 삶이었고, 특별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죽음 이후를 생각해 거대한 무덤을 만들어 산 사람을 같이 묻기도 했습니다. 죽은 이후 자신을 시중 들어줄 사람들로 말이지요.

(출처: 영화 장면 캡처)

그리고 이제 과학기술은 내세를 굳이 상정하지 않고도 인간의 죽음과 영생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중 하나가 유전공학을 통한 유전자 이식이나 조작을 통해 복제인간을 만들어 인간의 고장 난 장기를 교체함으로 생명을 연장하려는 시도입니다.

또한 3D 프린팅과 같은 신소재 개발과 세밀한 인공물의 제작 기술로 인공장기 제작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생명으로 일을 꾸미는 기업이나 그것을 소유하려는 고객은 미래에도 여전히 존재하겠지요.

인간의 본성은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그리 변할 것 같지 않으니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기회를 사람들은 앞 다투어 차지하려 할 것입니다.


비록 누군가가 겪는 질병의 고통은 심각한 아픔이고, 죽지 않고 살고 싶은 것은 죽음을 앞둔 이와 그를 사랑하는 사람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에게 허락된 삶은 아닙니다. 또 아무도 죽지 않을 것을 상상하는 미래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이지요.


오히려 생명의 연한을 가지고 주어진 삶의 시간을 잘 살아가는 것, 고통과 두려움으로 피하고 싶은 질병과 죽음의 순간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일들, 그리고 그 순간을 공동체와 함께 감당해나가는 세상, 거기에 인간을 위한 진짜 아일랜드가 존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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