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다시 생각해야 할 시대

by 박인조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의 영향 속에 죽음과 장례 그리고 추모에 있어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폐쇄 병동에 격리되어 치료를 받다 회복하지 못하고 안타깝게 사망한 경우, 가족은 임종의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합니다. 장례식은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시신은 바로 화장됩니다. 그리고 화장을 마친 유골의 골분만이 가족에게 전해집니다.


일체의 대면 면회가 금지된 요양시설과 중화자실 환자의 경우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 죽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도 나누지 못합니다. 많은 이들이 가족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의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합니다.


이러다 보니 장례식을 하는 경우, 유가족은 지인에게 부고를 전하는 것이 망설여집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으로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을 알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족중심으로, 장례식 기간도 최대한 단축해서 간소하게 진행합니다. 이러한 부담은 부고 소식을 들은 지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능하면 장례식장을 찾지 않고 조의의 마음을 전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고인이 돌아가신 날에 가족이 모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한된 인원 이상으로 사람이 모이는 것이 금지되면서 고인을 기억하고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는 미뤄지거나 취소됩니다. 이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지금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장례와 관련된 의례만큼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꼭 해야 할 의무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즉시 일상을 멈추고 정해진 장소에서 예전부터 하던 방식대로 주어진 일을 수행해야 하는 특별한 시간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면역력을 갖고 있지 않은 질병이 전 세계로 전염, 확산되는 팬데믹(Pandemic) 상황은 이런 예외조차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새로운 방식과 절차를 모색하는데, 이미 일상으로 들어온 4차 산업혁명은 이런 뜻밖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시합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빅데이터(Big Data), 5G(5 Generation)와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1차 산업혁명시대부터 3차 산업혁명시대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수명은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전염병의 창궐로 많은 사람이 한순간에 끔찍하게 죽는 일이 의료기술의 발달과 보건위생의 개선으로 상당히 극복되었습니다. 지진을 비롯해 태풍과 해일 등 자연재해로 인한 겪게 되는 예기치 못한 죽음도 과학기술의 발달로 미리 감지하고 통신기술의 혁신으로 더 빨리 알려 사전에 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이런 죽음까지도 거부합니다. 생명공학의 발달로 의료기계 장비를 통해 사람의 심장과 호흡을 인공적으로 연장시켜 생명유지가 가능해졌습니다. 끔찍한 죽음과 예기치 못한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입니다.

앞으로는 기능을 다하거나 망가진 신체 장기를 대체하는 인공장기가 만들어져 활용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전처럼 최대한 죽음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시도하던 것에서부터 죽었음에도 다시 살리는 기술혁명이라는 측면에서 이전의 산업혁명의 경계를 넘어서는 시대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류의 수많은 문제가 해결됨과 동시에 예기치 못한 새로운 문제도 낳았습니다.


돈과 지식, 권력을 가진 부유한 이들의 삶은 더욱 부유해지고 빈부의 격차는 더 벌어지면서 가난한 이들이 끝없는 고통 중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그 피해는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던 이들에게까지 미친다는 것입니다.

환경문제로 인한 이상기후는 전 지구적인 시스템을 망가트려 재난의 범위는 광대해졌고 위험성은 더욱 커졌으며 관리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극대화로 인간 능력이 초월적으로 향상된 것 같은데, 오히려 더 무기력해진 상황에 직면하곤 합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 결코 채울 수 없습니다. 그 욕망을 해결해주는 과학기술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지만, 오히려 삶을 망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인류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 같은 기술로 걱정 없는 삶을 살 것 같지만 그것도 잠시, 죽음을 인식하지 않고 인간 욕망에 휘둘린다면 곧 새로운 문제와 해결해야 할 어려움에 당면하게 될 것입니다.


삶을 견고하게 하는 터전이 되는 소중한 경험은 죽음 앞에서 더욱 극대화되고 그리고 삶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 중에 만나게 됩니다.

비록 인간은 인생에서 가변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여러 상황에 직면하지만, 그럼에도 현대인들은 죽지 않을 세상을 찾고 가상 경험을 즐기느라 더욱 소중한 오늘, 지금 여기서의 경험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됩니다.


인간이 보다 선명하게 삶을 바라보게 되는 것은 바로, 죽음을 인식하는 때입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다가온 변화의 일상에서 메멘토 모리, ‘죽음을 생각하라’는 말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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