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 생명과 죽음 5
“인간의 생명은 신성하다는 우리의 믿음을 고려하고, 여기에 기성 과학계의 역할을 더하고, 마지막으로 자본주의 경제의 필요를 더하면, 죽음과의 인정사정없는 전쟁은 피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Homo deus: a brief history of tomorrow)
누군가의 죽음은 단지 그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닌, 가족과 지인을 비롯한 사회적 관계 속에 있던 모든 사람과 관계된 사건입니다. 그래서 고인을 통해 살아있는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거리와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동시에 고인과는 장례예식과 추모, 추억에 대한 기억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됩니다.
죽음으로 모든 관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관계가 매듭 지워지며 동시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제 고인에 대한 소식을 알리는 부고를 전하고 장례식을 할 장소가 정해지면, 조문객을 맞으며 장례식이 시작됩니다.
죽음의례를 담당하는 사람들
대한민국에서 많은 장례식이 상조업체를 통한 장례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사회의 도래로 그 역할이 더욱 커졌는데, 선불 또는 후불로 일정 비용을 부담하면 장례일정 전반에 대한 도움을 줍니다.
과거 누군가의 죽음은 가족 모두의 활동을 중단시키고 일상과는 다른 생활을 하게 했습니다.
그만큼 장례는 가족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었고 모두가 함께 도와야 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장례식장을 정하고 조문객을 맞이하기 위한 빈소를 갖추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조문객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염습을 담당해 입관을 진행합니다. 화장장을 예약하고 화장장과 장지까지의 차량 이동도 맡습니다.
장례만 아니라 장례 이전과 이후의 서비스까지 책임을 집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상조업체에서 파견한 장례지도사와 도움이가 정성을 다해 감당합니다.
과거에는 가족이 맡아하던 일이고, 가족의 어른이 결정하던 것을 상조업체 담당자가 맡아 처리하는 것입니다. 물론 유족의 의견을 묻고 그 뜻에 따라 진행되지만, 이 분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내내 신경을 쓰며 하나에서 열까지 챙기지 않아도 장례식과 추모 행사에서 필요한 것을 부족함 없이 도움받을 수 있습니다. 이분들의 도움 없이 장례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이전까지 사람과 사람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던 일들이 다양한 기술의 발전과 현장에서의 접목으로 직접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가능해졌습니다.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지능화를 이룬 로봇은 실제적으로 인간과 소통하며 인간의 업무 방식에 적응하면서 상호작용합니다.
단순 업무에서 사람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인간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업무를 수행하고, 스마트 센서가 장착된 인간-기계 인터페이스(HMI, Human-Machine Interface)를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Roland Berger, 『4차 사업혁명 이미 와 있는 미래』, 24-25.)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은 이용자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예상 못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해주어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인공지능을 통한 일상의 변화는 장례 및 추모 서비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미 IT 기술과 소셜 미디어로 부고를 알리고, 모바일로 조문과 부의금을 전달하고 전달받는 일이 가능합니다.
장례를 마친 후에는 조문 왔던 분들을 직접 찾아가 만나지 않아도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SNS)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점차 장례식장의 빈소와 화장장 이용 그리고 장지 관리가 통합적으로 관리되도록 다양한 기술과 운영시스템이 개발되고 있고 추모 서비스에도 접목되고 있습니다.
죽음의례를 맡게 될 인공지능 로봇
앞으로는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에게 대접할 음식이 부족한 경우, 사람이 직접 냉장고를 살피지 않아도 어떤 음식이 부족한지 또 음식의 유통기한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서 바로 주문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사물인터넷으로 통한 장례서비스의 편의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미 식당에서 인공지능 로봇이 음식 주문을 받고 주문한 음식을 날아다 주듯이, 장례식장에서도 로봇이 이런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또한 가상공간에 빈소를 구축하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제례 및 추모 의식을 실시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상상도 해봅니다. 인공지능 로봇이 신발을 정리하는 등의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점차 인간과 소통하는 역할까지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조문객을 맞이하며 인사하는 수준을 넘어 조문객이 누구인지를 인지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대화를 나누며 적절한 응대를 합니다.
인구의 감소와 고령사회로 장례식장의 자리를 유족이 항상 지킬 수 없는 상황에서 로봇이 대신 조문객을 맞는 것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간과 소통하는 로봇은 유족의 슬픔을 공감하며 위로하는 역할까지도 맡게 될 것입니다. 장례업체와 거기서 파견된 직원이 하던 일을, 심지어는 유족이 해야 했던 일까지도 로봇이 맡게 될지도 모를 미래가 예상됩니다.
물론 장례와 추모에 관련된 일련의 일들은 오랫동안 반복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하나의 의식으로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더욱이 자연환경과 시대상황이 반영된 관습이 되거나 종교적인 특징과 밀착된다면, 다른 방식의 등장에는 거부감을 들어내며 배척하기까지 합니다. 다른 일상의 것들보다 변화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도 정보통신 기술은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뛰어넘고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혁신을 통해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면서 장례와 추모 방식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거북스러워 오히려 불편해할 사람도 있을지 모릅니다. 장례에 있어서 전통을 따르는 것의 의미를 언급하면서 또 추모 시의 정성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말입니다.
또 이러한 디지털 기술은 아날로그적인 소통과 공감만을 절대적으로 강조하는 세대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에 디지털적 활동이 적극적인 세대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해 세대 간의 갈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술적인 차원은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제기되는 여러 문제에 봉착할 수 있으므로 기술의 발전과 인간 의식의 공감대 형성의 간극을 좁혀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정보통신 기술은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그리고 로봇 등과 연계되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공간의 한계를 넘어선 추모의 경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는 기존의 정보와 데이터의 디지털화입니다.
현장을 직접 방문해야만 할 수 있던 많은 일들이 인터넷이라는 오프라인 상에서 가능해진 것인데, 장례와 추모문화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적용될 부분이 많습니다.
삶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기록하여 저장하고 때로는 공유하는 활동인 라프로깅(lifelogging) 기술을 통해 고인에 대한 추모는 물론, 유족 간의 삶의 공유가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영상 중계 플랫폼의 발달로 장례식에 오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장례식의 진행사항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소셜미디어(social media)는 다양한 각도에서 실시간 이루어지는 영상 중계는 현장에 참석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전 같으면 거리적인 문제로 참석이 불가능했던 해외에 있는 지인까지도 그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 고인과 유족에 대한 자신의 마음도 보다 다양하게 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추모라는 것이 후손이 고인을 회상하고 그분의 삶과 생각을 떠올리며 기억하는 것이라고 할 때, 고인에 대한 기록이 디지털화된다면 다양한 장소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추모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또 현장을 직접 찾아 추모하는 활동이 점차 줄어들고 위축되는 상황에서 디지털화를 통해 고인과의 만남이 활성화된다면 언젠가는 죽을 존재라는 인간의 한계를 깨닫고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사는 웰다잉 문화 확산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고인과의 더 풍성한 만남과 기억의 공유를 통해 가족 간의 관계가 친밀해지는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인을 모신 묘지나 봉안시설, 자연장 공간에서 증강현실을 통해 고인에 대한 기억과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가상현실 멀미(VR Sickness), 스크린도어 현상(Screen Door Effect), 비싼 가격으로 대중적으로 사용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간단히 안경을 끼고 희미해진 고인의 얼굴과 생전의 모습을 구연해 내어 실감 높게 몰입 상태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그것을 주변에 모인 사람과 함께 공유하며 상호작용함으로 추모 경험을 극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가상현실 시스템을 통해 사별로 인한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도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이미 가상현실 기술로 심리적인 차원에서 안정감을 제공하고 치료용도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환자에게 통제 가능한 환경을 제공함으로 공포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로 생긴 트라우마와 여러 장애 치료에 도움을 줍니다.
재활과 스포츠트레이닝에서도 가상현실을 통해 환자의 불안감이 낮아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반복해 같은 상황에 환자를 노출시켜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사용됩니다.
앞으로는 시각적인 이미지가 지연되는 현상 없이 구현되어 고인이 지금 바로 앞에 살아 있는 것 같은 현장감은 시각적으로는 현실인지 가상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시대가 올 것입니다.
그리고 고인과 시각, 청간, 촉각 등 오감의 상호작용 경험으로 애도의 과정에 있는 이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