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의 끄트머리에서

주의 선하심이 함께 하는 길

by 두니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 요한복음 14장 6절


오늘 아침,

이 말씀이 마음 깊은 곳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한 문장.

책 속에서 마주한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

길은 걸어야 완성된다는 말이다.


장자는 말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애초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걸어감으로써

생겨나는 것이라고.


그 길은

피하고 싶을 만큼 고단하고,

등 돌리고 싶을 만큼 외로웠으며,

때로는 목숨을 걸 만큼 치열해야 했기에,

길 위엔

나의 땀과 피의 흔적이 어김없이 남았다.


그렇다면,

그렇게 만들어 낸 그 길의 끄트머리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장자는 말한다.

그곳엔 ‘타자’가 있다고.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은

자기를 위한 길이 아니라,

타자에게로 향하는 길이어야 한다고.


길…

그 길의 끝에서

나는 타자를 만날 수 있을까.


나는 그동안

목숨을 걸고 길을 만들었다.

타자를 향한다고 믿으며,

정직하게 걸어왔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혹여

그 믿음이

스스로를 포장한 허세는 아니었을까.


돌아보면

건너가지 못한 다리가 너무 많았다.

그 이유는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타자를 향한 길이라 믿었지만

그 길은 끝끝내 ‘나’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길 끝,

나는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외롭고 아픈 여정 속에도

항상 누군가의 손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


나를 택하여

붙들어 주신 그 사랑의 손.

내 걸음 뒤에,

언제나 함께하셨던 은혜의 손.


히브리서 10장 20절은 이렇게 말한다.

“그 길은 우리를 위하여 휘장 가운데로 열어 놓으신 새로운 살 길이요,

휘장은 곧 그의 육체니라.”


결국,

내가 걸어 완성한다고 믿었던 그 길은

이미 주께서

자신의 몸으로 열어놓으신

은혜의 길이었다.


내가 만들어야 한다고 애썼던

그 길은

주께서 먼저 목숨 걸고 만드신 길이며,

주님의 피와 땀으로 새겨진 길이었다.


그리고 그 길은

진리로 향하는 길이며,

생명으로 이끄는 길이고,

마침내

아버지 하나님께 이르게 하는 길이었다.


나는 그 길 위에 서 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러므로

나는 온 마음을 다해 걷고 싶다.

거짓도, 교만도, 나태도 없이.


그리고 참 다행한 일이다.

아직,

그 길의 끝에 다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돌이킬 수 있고,

주님의 손을

다시 붙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는 기도한다.

이 여정의 모든 걸음마다

주의 선하심이 함께하시길.


그 길,

당신과 나, 우리가 함께 걷는 그 길이

사랑으로 열린 길이길,

은혜로 이어지는 길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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