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사기에서 만난 하나님의 사랑 -
사사기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새벽 시간이
늘…
내가 좋아하고 기다리는 찬양과 같은 하루,
‘참 아름다워라~’로 시작되는
기쁘고 빛나는 하루는 아니다.
오늘이 그랬다.
‘복수와 권력욕을 넘지 못한
불완전한 지도자’라는
소제목이 붙은 오늘의 묵상글은
아무리 읽어도,
그 이상의 어떤 울림이 오지 않았다.
창밖의 풍경조차,
늘 감탄을 주던 새벽의 빛조차,
오늘은 그냥,
구름 낀 회색빛 무채색 하늘이다.
사사기 8:10~21에서 얻지 못한 답을
다음 본문(8:22~35)에서 찾고자
시간을 앞당겨 넘겨보았지만
거기에도 울림을 주는 답은 없었다.
기드온.
보리떡 한 덩이 같던,
스스로도 작은 존재라 고백했던 그는
결국 동족을 죽이고,
왕 행세를 하며 미디안의 금 부적까지 탐한다.
기드온도 나도,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그 수를
3만 2천에서 300으로 줄이실 때부터
하나님은 이미 알고 계셨을 텐데…
오늘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기쁘지도 않은
평범하고 지루한 시간 속에서
나는 또 한 번,
내 나약함을 직면한다.
'처음처럼'이라는 소주가 있다.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음식에 넣는다는 핑계로 구입할 때가 있다.
다른 제품은 아예 안중에도 없었던 건
술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처음처럼’
그 말 안에 담긴 마음이 좋아서였다,
한결같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 말이 더 깊게 다가오는 건 아닌가.
하나님 앞에 엎드려
눈물과 콧물로 기도하던
그 처음의 감동이
매일, 매시간,
내게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드온이
왕의 권위가 아니라
그 처음의 보리떡 같은 마음을
끝까지 지켰더라면 어땠을까.
그 안에 있었던
탐욕, 교만, 과시, 비겁, 무례, 증오
그 모든 것이
‘처음처럼’ 앞에 무너졌더라면…
기드온은
‘복수와 권력욕을 넘어선 지도자’가
되었을까.
나 역시,
‘아무것도 아닌 나’를
참기 어려워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싶고,
무언가가 되어 있고 싶다.
하지만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나님은
하나님을 위해 무언가 하려는
‘팔뚝에 완장 찬 나’를 원하지 않으신단다.
그저 ‘아무것도 아닌 나’를
기다리고 계신 것이다.
그런 나를 하나님은
“보시기에 좋다” 하시며
하나님의 완성품으로 빚어가고 계셨다.
오늘도,
아무것도 아닌 지루하고 평범한 하루였다.
기쁘지도, 신나지도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시간 속에서도
처음처럼…
조용히, 변함없이 내 곁에 계셨다.
나는 재미없다고 투정하고
무기력에 눌려 엎어져 있지만
그런 나를
하나님은 말없이 바라보고 계셨다.
당장 찾아야 하고,
부르짖고 기도해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
하나님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오히려 이렇게
아무 일도 없는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한 하루 속에서
하나님을 인식하고,
그분의 사랑을 감지하고,
그 음성에 귀 기울이는 일이
더 어렵고, 더 힘들다.
그리하여 나는
하나님의 그 음성을
그냥 스쳐 지나칠까 두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님은 사랑이시며,
지금도 내 곁에서
나를 향해 말씀하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처음처럼’
하나님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내 곁에 계신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