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청년 바보의사

- 오늘은 어떤 대단한 일을 해보겠다는 다짐은 접어두겠습니다-

by 두니

'사람들이 모두 그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그가 '참 의사'였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뻔한 한 줄 소개처럼 보였습니다.

어느 목사님의 설교 중,

그 책이 언급되었을 때도,

간절한 마음 없이
그냥... 그냥 다른 책과 함께

구입한 책이었습니다.


<그 청년 바보의사>


구입해 두고 시간이 한 참 지나도록

읽지 않고 꽂아두기만 했던 책.
참 뻔한 내용일 거라는

선입견 때문이었습니다.
심지어는,
'그냥 필요한 누군가에게 주어 버리자.'

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오늘,
같은 책을 또다시

언급하시는 목사님의 말씀에

왠지 모를 궁금증이 생겼고

손해 볼 것 없으니

읽던 책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습니다.

한번 끝까지 읽어보자고 시작은 했지만,
역시,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라

처음엔 좀처럼 잘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언제부터였을까요?
어느 부분부터인지 알지도 못한 사이,
그 청년 바보의사가

조용하지만 강하게

제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돌아보게 만들었고.

커다란 뉘우침이 찾아왔고.

마음 한구석을 아프게 찔렀고.

저는 울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결국,

오늘 아침에 만난 이 낯선 청년에게

완전히 몰입이 된 저는
밤늦은 시각까지 잠을 미루고

책을 끝까지 읽었습니다.


책장을 덮는 마지막 순간.

제 눈엔 눈물이 가득했고

울고 있는 제 손이

<그 청년 바보의사>의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따뜻한 숨이

내 손끝에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 청년 바보의사> 에게

입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그의 향기로운 삶이

내 가슴에 전해졌습니다.

가슴이 메었고
뜨겁게 얼룩진 눈으로
<그 청년 바보의사>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 멍하니...

책의 마지막 부분,

작가 이기섭 님의 글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 청년이 완벽한 인격은 아니었습니다.
수줍고 외로운 성격에,

크리스천다운 모범을 보이려 애쓰느라

남을 불편하게 하고

갈등을 일으킨 적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추억하는 사람들 마음에는

그의 허물은 사라지고

그의 사랑만 남겨져 있습니다.
하나님 역시,
우리가 어떤 대단한 일을 이루었는가 보다는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타인을 배려했으며,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얼마나 분투했는지에

주목하실 거라는 것을.~'

오늘 아침, 창밖 풍경은
대단하거나 아름답거나 경이로운
그 어떤 무엇도 없었습니다.

그저
수증기 가득한 습한 대기가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어디까지가 땅인지

서로를 품듯 부둥켜안고 있었습니다.

하늘이 땅을 안은 것인지,
땅이 하늘을 품은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그 포옹처럼
둘은 오랫동안 하나가 되어있었습니다.

빛은 멈추어 앉았고
바람마저도 멈추어 섰습니다.

오늘은
어떤 대단한 일을 해보겠다는

다짐은 접어두겠습니다.

그저
Here and Now ~~

지금 여기서
하나님은 마음을.

하나님의 눈물을.

하나님의 사랑을.

조용히 느껴보겠습니다.

<그 청년 바보의사>를....


그 청년의 삶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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