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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 내 마음의 충분한 기도 –

by 두니

요즘 따라,

기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기도해야 할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간절히 무엇을

구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막연하게

하나님 앞에 머물고 싶었다.

그래서
묵상 전 30분을 기도 시간으로 정하고
알람을 맞추었다.


새벽.
고요한 침묵을 찬양으로 깨우고
무릎을 꿇었다.

입술을 열었지만 입 밖으로도

미처 나오지 못한 단 하나의 말.


“아버지…”

그것 뿐이었다.

긴 시간, 이 말의 여운만 길게 이어졌고
그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

결국, 입술을 거스른 소리는 목을 타고

가슴 깊이 웅덩이로 내려앉았다.

그곳엔 말 대신 눈물만 가득했다.

약속 된 30분. 묵상 시간이 끝날 때까지

기도는 그것 뿐이었다.

'아버지'
입술은 더 이상 움직여지지 않았고

기도는 거기서 멈췄다.

하지만 그 멈춤이야말로
말보다 더 많은 것을

하나님께 고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묵상시간에.

하나님은

요한복음 2장말씀으로

멈췄던 기도를 다시 이어가게 하셨다.


"예수는 그의 몸을

그들에게 의탁하지 아니하셨으니
이는 친히 모든 사람을 아심이요...
그가 친히

사람의 속에 있는 것을 아셨음이니라."


주님은 아셨다.
말하지 않았던, 말할 수 없었던,

나의 모든 필요를.


'하나님, 제가 가장 문제입니다.'

그 고백은 바로 그때부터 시작된 듯하다.


그러다 문득, 딸아이가 떠올랐다.

'아이는 기도로 키워야해.'라 말하면서도

나는 정작 그 아이의 이름조차

기도 속에 불러주지 않았다.

오늘, 그 아이가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내 마음을 건드렸다.

나는 또 울었다. 두 번째 눈물이었다.

이번엔 아이를 위한 다른 눈물이었다.

그랬다.

나는 사람에 대한 기대를
아직도 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 기대는 실망이 되었고,

때로는 미움으로 응어리져

기도의 길목을 막기도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사람은 믿고 기대할 존재가 아니라,

사랑해 주어야 할 연약한 존재라고.


주님,

나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소서.

말하지 못한 기도,

눈물로 드린 고백을 받아주소서.

아직도, 그리고 오직,
내게 남은 것은 기도뿐입니다.

나의 주 하나님,
주 안에서 온전한 딸이 되게 하시고
내 삶을 당신의 찬양으로 채우소서.


'아버지….'
내 마음의 충분한 기도.

그 이름 하나로 오늘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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