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귀, 있는 자

- 예수를 깊이 생각하라. -

by 두니

오늘,

내 마음이 멈춘 자리에 주신 말씀은
누가복음 14장 35절.

“들을 귀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예수님의 간절한 음성이었습니다.


“제가 하는 말을,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들어주세요.”


학기 첫 수업.
아직 서로에게

낯설고 긴장이 감도는 교실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부탁합니다.


팩트에는 강하지만

감정을 숨기거나
말을 돌려 하는 데 서툰 나는

스스로를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라 부릅니다.


진심을 담은 말이지만,

왜곡되어 돌아오는

진심을 마주하는 일은
언제나 감당하기가 버겁습니다.


진실을 말하면
그대로 받아들여질 거라 믿었지만,
그 믿음은 자주 상처로 돌아왔고
나는 그들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그러다 문득,
어쩌면 그들의 상처가 나보다
먼저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더 간절히 부탁하게 됩니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보다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점점 더 커갔습니다.


“여러분, 제가 ‘아’라고 하면,
그냥 ‘아’로만 들어주세요.”


덧붙이지 말고,
빼지도 말고,
그대로 들어달라는 절박함에도
현실은 다릅니다.


‘아’는 어느새
‘아버지’, ‘아가’, ‘아저씨’, ‘아가씨’,
심지어 ‘아이, C...’로
흩어지고 왜곡됩니다.


같은 말을 듣고도,
사람들은 각자의 해석을 덧붙입니다.
덧붙이고, 빼고, 비틀고...


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자리에 있어도,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합니다.


이런 현상을

영국의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은

**‘확증 편향’**이라 불렀습니다.


자기 신념을 지키기 위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불편한 진실은 외면해 버리는 경향.


이 경향은
감정이 앞설 때,
자기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기 어려울 때,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알고리즘은 그 편향을 부추깁니다.
원하는 정보만 보여주고,
믿고 있는 것을 더 믿게 하며,
우리를 점점 좁은 회로 안에 가둡니다.


그 결과,
우리는 다른 생각을

틀린 생각으로 오해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만

어울리게 됩니다.


거리와 광장은
다른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 확신들로
전쟁터가 되어갑니다.


예수님은 이 모든 것을
이미 아셨습니다.

그래서 말씀하실 때,
이렇게 시작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말하노니...”

그리고,
그 마음이 더 간절할 때는


“진실로 진실로 말하노니...”

하셨습니다.


한 번의 ‘진실’로도 충분한 그 말씀이
들을 귀 없는 자들에겐

두 번도 세 번도 닿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아셨습니다.
들을 귀가 없는 이들 앞에서는
비유로 말씀하셔야 했음을.


하지만,
들을 귀가 있는 자는
들을 수 있음을
그분은 분명히 아셨습니다.


어린아이는 ‘아’를
그대로 ‘아’로 듣습니다.

‘아?’
‘아…’
‘아!’

그 소리 속 감정과 맥락,
그 말에 담긴 마음까지도
온전히 듣습니다.


아이들의 귀가 민감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아직 닫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상으로 가득 차지 않은 마음.
그래서 마음의 소리를 듣는 아이들.
그들에게는,

들을 귀가 있습니다.


나는 달랐습니다.
세상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귀도, 눈도, 마음도
닫혀 있었습니다.


이제,


조용히 기다립니다.

귀가 열리기를.

잠잠히 바라봅니다.

마음이 비워지기를.


그리하여,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예수를 깊이 생각하라.”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사랑을 들을 수 있는 귀를,
주님, 제게 허락하소서.


“땅에도, 거름에도

쓸 데 없어 내버리느니라.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 누가복음 14:35


“그들은 볼 눈이 있어도 보지 아니하고,
들을 귀가 있어도 듣지 아니하나니
그들은 반역하는 족속임이라.”
– 에스겔 12:2


“또 이르시되,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하시니라.”
– 마가복음 4:9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 마가복음 4:23


아무리 반복해도 부족한 하나님의 사랑.

부디,
듣기를…
보기를…

그리고 마침내,
하나님의 마음에 응답하는

우리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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