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에서 Everything으로

- 당연하지 않은 은혜의 시간 -

by 두니

내 삶의 시간들


SOMETHING...

NOTHING...

EVERYTHING...


철이 든 이후로, 나는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아니, 어쩌면

기억에 없는

어린 시절부터였을지 모른다.

잠시도

빈둥대며 텅 빈 시간을 견딘 적이 없다.

늘 무언가를 하고 있는 나,

그게 곧 '나'였다.


SOMETHING의 시간, 40년.

지나간 시간의 곳곳에는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나'가 있었다.


공부를 좋아했고,

일을 즐겼다.

공부는 노력한 만큼 점수로 돌아왔고,

일은 투자한 시간만큼 성과로 보답했다.


나는 가진 것이 많다고 생각했고,

나눌 준비도 되어 있었다.

은퇴 후 다가올 많은 날들은

꿈과 설렘으로 기다려졌다.


그러나,

그 끝에 찾아온 절망의 시간.

NOTHING의 4개월.


누구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나는 혼자 남겨졌다고 느꼈고,

그동안의 모든 것이

거품처럼 초라하게 느껴졌다.


무기력하고 힘이 빠진 나를

나는 철저히 부정했다.


숨 쉬는 것조차 힘들고 싫었다.

베갯속에 얼굴을 파묻은 채

매일 밤 이렇게 소망했다.


‘내일의 내가 없기를….’


하지만 새벽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그 잔인한 시간은 나와 눈을 맞췄다.

나는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고

억지로 일어날 용기를 만들기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


행복했다고 믿었던

SOMETHING의 시간은

눈물의 골을 터뜨리며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눈을 뜨는 것도,

숨 쉬는 것도 힘겨웠던 시간.

나는 하루 종일

침대에 파묻혀 있었다.


그런 내게 먼저 손을 내민 분은

하나님이셨다.

아마, 하나님은 나보다 더 아프게

나를 바라보고 계셨는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찬양 —

누가 흘려보냈던 걸까.

어디서 흘러나왔던 소리였을까.


두통약을 찾던 내게 주신

하나님의 처방은 이 찬양 속에 있었다.

**은혜**는

진실로 놀라운 '은혜'였다.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하나님은 말씀하셨다.

절망과 상실로 채워졌던

이 NOTHING의 4개월이야말로,

그 40년 SOMETHING의 시간보다

더 깊고 뜨거운 축복이었다고.


나는 그동안

내 삶의 많은 것들을

‘당연한 것’이라 여겼다.


이뤄낸 것,

누려온 것,

걸어온 모든 순간들 속에는

오롯이 나만 있었다.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았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었고,

모든 시간이

내 손에 있는 줄 알았던 그때,

내 삶 어디에도

하나님이 들어올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야,

깨닫는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그 모든 SOMETHING의 시간에

당연한 건 단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 땅에 태어나 숨 쉬며

꿈을 꾸고 살아온 그 모든 삶이

당연한 것이 아닌, 선물이었다.


그리고 이제,

다가올 EVERYTHING의 시간.


그 분량도, 그 방향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아직 내겐 계획이 없다.


하지만,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며

매일을 찬양하고 예배하며,

복음을 전하는 그 축복 속에

머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당연한 것이 하나도 없는

하나님 은혜의

EVERYTHING의 시간이 되길….


내 안에서 지금도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온전히 순종하며

그 모든 순간을

기쁨으로 누릴 수 있기를….


그분만이

나의 모든 것이 되는

EVERYTHING의 시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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