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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바오 Apr 15. 2024

중국, 속 터지는 은행업무

중국생활

처음 월급을 받고 한국으로 환전하여 송금을 할 때는 은행에서 3시간 반이나 걸렸었다. 우선 외국인은 준비해야 할 서류 몇 가지가 있다. 월급명세서, 세무국 발행하는 명세서, 여권, 노동계약서(약 30장), 은행 현금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처음만 이렇고 이후부터는 간소화가 되느냐 물론 아니다. 왜 그래야 되느냐고 묻는다면 이 나라가 그렇다. 이 서류를 들고 가면 은행 창구 직원은 모두 복사를 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얼굴 대조를 하고 이상 없으면 본격적인 환전과 송금업무가 시작된다. 


작년 12월에 이직을 하였으니 첫 월급을 1월 중에 받았었다. 2월이 춘절이니 큰 명절을 앞두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큰 명절을 앞두고 은행에서 지폐에 12지 중 그해에 해당하는 동물을 새겨서 교환을 하는 풍습이 있는데 하필이면 내가 은행에 간 시점이 춘절 전이었다. 연로하신 할아버지, 할머니,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많이 와있었다. 용의 그림이 새겨진 지폐를 사려고 모두 모인 것이었다. 내 업무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도 않고 뒤에서는 언성을 높이셨다. 왜 빨리 안 하냐, 창구를 하나 더 열어라 뭐 그런 말인 듯했다. 시장도 여기보다는 조용할 것 같았다. 그래도 나름 중국의 대표 격인 은행인데 정신이 없을 정도로 시끄러웠다. 어찌 됐든 나는 한국으로 생활비를 보내야 하기에 그들이 뭐라 하든 꿈쩍하지 않을 것이었다. 이제 본격적인 나의 은행 업무가 시작되었다.


"얼마 보내실 건가요?"

"세금제한 금액 모두 환전해서 송금해주세요."

"안됩니다. 1234.56위엔 에서 1000위엔 만 보낼 수 있습니다."

"네?. 왜요?."

"중국말로 뭐라 뭐라 그러는데 통역한테 물어봤다."

"뭐라고 하는 겁니까?."

"자투리 금액은 안 보낸다고 합니다"


이게 뭔 소리야. 월급 이 외의 돈은 출처가 불분명하니 그렇다 치고, 왜 정당한 금액을 다 보낼 수 없는지 물었다. 그 이유가 자투리 금액 계산하기 싫다는 이유다. 

정말 말이야 막거리야!.

처음이기도 했고 빨리 여기를 벗어나고 싶었다. 다음 달은 그렇게는 안될 것이야.라고 생각하면서 은행 업무를 마쳤다. 물론 다음 달도 그랬고 그다음 달부터는 생떼를 써서 다 보내긴 했다. 앗싸! 대륙에서 작은 승리의 맛을 조금 봤다.


외국인은 신용카드를 만들 수도 없고 은행 앱을 이용해서 바로 해외로 환전송금이 불가능하다. 노동허가증과 거류증(중국에서 이 사람은 거류를 허가함)이 있어도 할 수 없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내 한국은행 지점에서 계좌를 만들고 회사거래 은행에서 이체를 해서 할 수는 있다고 하는데 확실한 방법은 아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자국 내 현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거래는 이용하지 않는 게 신상에 좋다. 탈세 의심을 사서 공안에 끌려가기 싫다면.


우리나라는 아직 페이보다는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는데 중국은 열 명 중 아홉 명은 페이를 사용한다. 그만큼 페이사용 시스템이 아주 잘 돼있다. 내가 이곳에 와서 지금까지 페이로 안 되는 곳은 본 적이 없을 정도다. 중국의 대표적인 메신저 위쳇(웨이신)의 큐알시스템은 사용자가 정말 편리하게 사용하게끔 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조금 무서울 정도로 잘 되어있어서 사용하면서도 언제 어디서든 감시를 당하고 있지는 않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앞으로 매달 이 과정을 해야 하고 지금도 하고 있다. 이제는 창구 직원과 앞면이 있어서 인사정도는 하고 있다. 중국어를 잘하면 창구직원과 농담도 할 만도 한데 아직 말이 안 되니 인사정도만 한다. 은행에 올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서로 좀 편하게 자동이체는 바라지 않는데 앱으로 이체가 되게 해 주면 안 될까. 이 또한 이 나라의 법이니 외국인 노동자로써 따라야 함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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