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뚱바오 Apr 21. 2024

중국에서 바뀐 습관들

중국생활

중국으로 이직 한 지 5개월이 되어 간다. 계절은 겨울을 지나 완연한 봄이 되었다. 외국 회사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적응이란 표현보다는 버텼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 같다. 그 버티는 시간 동안 개인적으로 변한 것이 몇 가지 있다.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독서와 글 쓰는 시간이 많아졌다.


언어가 서툴어 말 하는 것의 십 분의 일도 하지 않게 된다. 입 밖으로 내뱉는 말이 머릿속의 생각으로 다 간 것 같다. 업무 관련 대화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생각하는 시간도 적당해야 하는데 너무 많아 쓸데없는 생각들로 꽉 찬 것 같다. 생각을 줄이기 위해 바뀐 습관은 아직까지는 만족하고 있다.


평일에는 회사와 숙소를 오가며 저녁에는 운동과 독서를 하면서 보낸다. 이곳에서 제일 힘든 시간은 혼자 있는 시간이다. 몸을 움직여서 육체를 힘들게 만들고, 책을 읽어서 불필요한 생각이 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을 막아야 했다. 육체를 힘들게 하고 책 읽는 시간을 오래 하니 혼자 있는 시간도 나름대로 괜찮은 시간이 되었다.


한 동안은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시간은 잘 갔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공허함 만이 쌓였다. 자극적이고 짧은 영상은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만들었다. 호흡도 멈춘 듯 보고 나면 큰 한숨을 쉰다.  어릴 때 어머니는 'tv는 바보상자'라는 말을 곧잘 하셨는데 그 말이 생각난다. 영상으로 채운 시간보다는 독서로 채운 시간이 공허함을 잦아들게 만드니 어머니의 말이 맞는 것 같다.


독서 습관 중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책 한 권을 두 번씩 보고 있다. 처음 읽을 때는 내용을 모두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두 번 읽게 되었고, 두 번째 읽을 때는 읽고 싶은 챕터만 골라서 읽는다. 독서 방식이 바뀌니 한 권을 읽더라도 온전히 읽게 된 느낌이다. 글쓴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글의 방식을 생각할 수 있어서 글을 쓰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사실 책이 한 권 밖에 없었기 때문 이기도 했다. 읽을 책이 없어서 다시 읽게 되었고 처음부터 읽기는 싫어 내가 읽고 싶은 부분만 그때그때 읽었다.


혼자 살면서 그동안 못 보았던 영화를 일주일에 두 번은 보고 있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주말이면 온 가족이 모여 영화를 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물론 12세 이하 관람가능 한 영화를 골라야 했고 세명모두 보고 싶은 취향이 달라 선택할 때마다 고성이 오고 갔었다. 첫 째는 추리영화, 둘 째는 액션 영화, 셋 째는 한국영화를 선호한다. 셋 째가 한국영화를 선호하는 데에는 외국영화의 한글 자막 속도를 따라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니 가족 모두가 만족하는 영화를 쉽게 선택할 수가 없었다. 가족을 멀리 두고 혼자 살게 된 아빠의 특권이고 작은 기쁨이다.


이곳에서 제일 좋아하는 습관 중 하나는 주말이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먹을 것을 사고 1층 스벅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 읽는 시간은 일주일을 버티게 해 준다. 로또 복권을 사고 일주일 즐겁게 보내는 기분이랄까. 수고한 나를 위해 커피 한 잔과 숙소가 아닌 곳에서 온전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온 시간만큼 나의 생활도 안정을 찾아가고 습관의 변화가 생겼다. 어쩌면 환경에 맞춰졌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애쓴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내 인생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생활환경이 변할 것이고 처지가 바뀔 것이다. 그럴 땐 지금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전 10화 혼밥, 너 오늘 뭐 해 먹을 건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