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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바오 Apr 19. 2024

중국 팀원의 황당한 퇴사

중국생활

입사와 퇴사는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회구성원으로서 개인의 생각이나 처지에 맞지 않는 부분으로 퇴직을 하고 이직을 하는 것이 맞고 틀림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그 횟수가 잦으면 회사 전체로 봐서는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는 직원의 이직률 관리를 해서 인사고과에 반영을 하기도 한다. 잦은 이직은 직원 입장에서는 입사와 퇴직으로 경력 오점이 남을 수 있으며,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손실과 회사 이미지에 손상을 입게 된다. 이직의 자연스러움이 잦으면 서로 피해를 입게 된다.


내가 아는 상식적인 퇴사는 퇴직의사를 밝힌 후 사직서 제출 상사면담 인수인계 주변정리를 하고 퇴직을 하는 것이다. 회사마다 퇴직 절차는 다르겠지만 나름의 절차가 있을 테고 직원들은 절차에 맞게 퇴직을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내가 이직한 중국 회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황당한 퇴사 1

지난 2월 중국의 춘절 2주 전쯤 팀원 한 명이 퇴사를 하겠다고 하여 통역과 함께 면담을 하였다. 의례 직원과 면담을 하면 뚜렷한 퇴사 이유를 밝히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그럼 어떤 문제로 그만두려고 하는지 통역 없이 개인적으로 물었더니 첫째, 일주일이 넘는 춘절기간 며칠 출근을 하라는 회사에 불만, 둘째 월급 5000위안 인상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 불만이었고 퇴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춘절기간으로 생산일정에 문제가 생기는 건 어쩔 수없지만 최소화하기 위해 앞뒤로 하루 이틀 출근을 요구한 것이었다. 물론 직원이 받아들일 수 없으면 어쩔 수 없지만 10일의 공백으로 제조회사에서는 큰 타격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요청을 한 것인데 그것이 불만이고 퇴사의 이유라는 것이다. 조금 감정적이지 않나 싶다.


중국 제조업의 생산직 평균임금은 월급으로 10,000위안(약 1,800,000)이 채 안 된다. 그것도 현장 경력직 월급 수준이다. 그런데 그 팀원은 월급 5000위엔 인상을 요구한 것이다. 거의 50% 인상인데 이건 퇴사를 정해 놓고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결국 회사에서는 받아줄 수 없었고 팀원은 퇴사하기로 결심하였다. 퇴사는 춘절 일주일 후에 인수인계하고 퇴사한다고 하였으나, 기분이 나빴는지 오히려 춘절을 일주일 앞두고 인사도 없이 그만두었다. 


황당한 퇴사 2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그뿐이 아니었다. 2월 초부터는 한 두 명씩 보이지 않기 시작한 직원들은 춘절 가까워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거의 보름을 앞두고 보이지 않으니 궁금하였다. 통역에게 왜 사람들이 점점 안 나와요?라고 물었더니 원래 큰 명절을 앞두고는 일 이주 전부터 사람들이 고향으로 간다는 것이다. 연차가 그렇게 많아요? 아니요, 그냥 자기 월급에서 까이고 간다는 것이다. 


황당한 퇴사 3

춘절 이후 출근하고 보이던 직원들 몇 명이 보이질 않아서 물어보니 춘절 이후에는 집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왜 안 나와요?라고 물으니 대부분 일이 하기 싫어서 안 나온다는 것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자신이 일하기 싫다는데 할 말은 없다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황당한 퇴사 4

최근 현장의 한 직원이 제품을 못 쓰게 만드는 불량을 만들었다. 뭐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 했기 때문에 나는 그 직원뿐 아니라 팀원들 모두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한 소리를 하였다. 그 시간이 오전 중이었고 알아듣게 말했었다. 점심시간 후 현장을 돌아보다가 오전에 그 팀원이 보이지 않아 물어보니 그 길로 집에 갔다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상황이란 말인가. 


간혹 젊은 사람들 중 퇴사를 할 때 그 시간이 껄끄럽고 불편하여 한시라도 빨리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해야 할 것들을 못하고 허둥지둥 퇴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입사할 때는 연봉, 시간 외 수당, 인센티브, 회사의 평판등 하나하나 알아보고 입사를 하면서 정작 퇴사할 때는 정리를 못 하고 퇴사를 한다. 자기 주변 정리, 노트북 정리, 좋든 싫든 같이 일 했던 주변 사람들 인사 등 정리할 부분은 잘 정리하고 그만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입사도 중요하지만 퇴사도 중요하다. 나중에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으며, 혹 다시 만나더라도 불편한 상황이 없게 된다.




중국 이직 후 몇 개월 안 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하였다. 이해할 수 없는 몇몇 직원들의 퇴사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 중 하나였다. 아침에 인사했던 팀원이 오후에 퇴사하고, 월급 50% 인상해 주지 않으면 퇴사하고, 춘절 이후 일하기 싫어서 퇴사하는 황당한 상황은 나를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오늘도 팀원 중 한 명이 아침에 보이지 않아 불안한 마음에 물어보니 오전 반차란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는데 내가 그 꼴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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