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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바오 Apr 17. 2024

혼밥, 너 오늘 뭐 해 먹을 건데?

중국생활

어제오늘의 고민이 아닌 앞으로도 쭈욱 고민이 될 듯하다. 그 고민은 의. 식. 주 중에서 식이다. 내 평생 살면서 먹는 것에 대해 이렇게 고민할 줄은 몰랐다. 해외로 이직 후 혼자 살면서 입는 것과 사는 곳은 해결되어 그럭저럭 생활하는데 큰 불편 없이 살고 있다. 그런데 먹는 것은 도무지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아침과 점심은 과일과 CCA주스로 고정시켜 버렸다. 더 이상 무얼 먹을지 고민하기 싫기도 하고 오피스텔에서 요리를 할 수 없으니 해 먹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내가 요를 잘하는데 상황이 안 돼서 요리를 하지 못 한다는 말은 아니다.  계란밥도 뚝딱해서 스스로 해 먹는 둘째 아들이 나보다 더 잘한다. 평소에 혼자 해 먹을 수 있는 요리 두어 개쯤 알아놓았으면 하는 게 아쉽긴 하다. 어찌 되었든 아침과 점심은 이렇게 정해놓으면 무얼 먹을지 고민 하나는 던 샘이다. 


문제는 저녁이다. 저녁은 뭔가 매일 같은 음식을 먹기는 싫다. 그렇다고 선택의 폭이 넓어서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지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생각이면 휴대폰으로 골라 먹으면 그만인데 그렇게 먹는 건 싫다. 그래서 한국에서 김치와 밑반찬을 가져왔고 마트에서 곰탕, 참치 캔, 고체 카레, 김을 사서 캐리어에 꽉꽉 채워 왔다. 오늘은 곰탕, 내일은 카레, 모레는 김과 참치, 그리고 라면 이렇게 먹으면 일주일을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왜 매일 내 머릿속에서는 오늘 너 뭐 먹을 거니?라고 계속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지금까지 내가 선택을 해서 먹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혼자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생존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 머릿속에서 보내는 신호는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서는 어머니가 직장에서는 사내 식당이 집에서는 아내가 알아서 해주었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가끔 혼자 있으면 시켜 먹거나 라면을 먹으면 그만이었고, 혼자 있는 기간이 오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평소 아내가 늘 물어보는 게 있었다. 오늘 저녁 뭐 먹을까?. 나는 이 말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 들었고 아내가 알아서 해 주겠지라고 늘 생각했던 것 같다. 아내는 가족의 먹을 것을 책임져야 할 의무감에서였을까 가끔 아이들과 떡볶이와 순대 치킨으로 저녁을 대신 한 날은 미안한 마음에 애써 웃으면 '오늘은 밥 하기 싫어서~'라고 하였다. 지금은 누구보다 그 마음이 백번 천 번 이해가 간다. 아내도 매일 그 시간이면 머릿속에서 오늘 뭐 해 먹을래?.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내 머릿속에서 불이 들어왔다. 너 오늘 뭐 먹을 건데?.... 

흠, 오늘은 떡 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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