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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바오 Mar 24. 2024

미련

직장 이직

해외로 이직하고는 가급적 한국 친구나 이전 직장동료들과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연락하면 보고 싶고 가고 싶은 생각이 더 깊어져서 의식적으로 피한 부분도 있다. 나의 상황이 아직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약한  부분을 파고들게 분명했다. 정신이 약해지면 이 상황을 벗어나 더 편한 상황으로 도피하려 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는 연락까지 피할 필요는 없다. 안부를 전하고 그런저런 대화를 한다고 크게 상황이 달라질 것은 아니다. 다만 전화 대상이 누구고 대화 내용이 어떤가에 따라서는 달라질 수 있다. 


며칠 전 전 회사의 임원분이 전화가 왔다. 사실 연초에도 두세 번 전화가 왔었는데 받지 못해서 지난 설 때 안부 전화는 했었던 분이다. 어색하긴 하지만 그런저런 대화를 하고 해외에서 생활하는데 힘들지 안느냐?.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데 괜찮냐?. 일은 어떠냐?. 주로 서로의 상황이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였고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저녁에 통화를 했는데 다음날 아침 일찍 톡이 왔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다시 들어 올 생각 있는지"를 묻는 문자였다.

"아~, 이런 이야기는 하면 안 돼요~. 이제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라고 속으로 생각을 하고 한 참 문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OO님 , 제가 했던 업무를 현재 OO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지금 퇴사한 지 4개월이 되어 가는데 기회가 될까요?.

"그건 차차 얘기하면 될 거고 TO가 있어서 한 번 Try 해 보려고 해."

"네. OO님 생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지금까지 이직 한 회사 중 지난 회사에 미련이 많이 남는다. 그 미련이란 다 하지 못한 일들, 노력한 시간들, 힘들었던 시간들에 의한 미련이다. 결국 생각 끝에 내 의지 만으로는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의로 퇴사를 하였기 때문이다. 대화를 하고 표현을 해도 큰 조직은 흔들릴 생각이 없었다. 그런 퇴사 이유를 모르지 않았던 임원에게 다시 연락이 온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 마음이 흔들리는 건 무슨 간사한 마음인가.


많은 직장인들이 이직 하기 전 마음이 흔들릴 때는 회사에 퇴직 의사를 밝히고 사직서를 낸 시간부터 이다. 일단 내가 선택한 행동이고 책임을 져야 한다. 함부로 무를 수 없는 것이다. 속은 시원 할 지 모르지만 한켠에는 불안감이 차지하고 있다. 퇴직하는 날은 오히려 담담하고 속시원한 느낌이다.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미련이 남는 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미련은 후회하고는 다른 의미이다.

후회는 내가 했던 일에 대한 나의 잘 못 된 판단을 두고두고 생각하는 행위이라면 미련은 자신이 하지 못 한일들을 깨끗이 잊지 못하고 생각에 계속 남는 것이다. 


내가 전 직장에 미련이 남는 이유는 그래서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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