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이었지만 그렇다고 굽이진 골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기쁨과 슬픔, 아픔과 좌절의 시간들을 보냈다. 모든 것들이 하나의 장면장면으로 파노라마 필름처럼 내 머릿속 어딘가에 펼쳐있다.
행복한 시간이나 아픔의 시간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것들이다. 행복하면 더 행복해지기 위해 살았고, 아픔과 좌절은 이겨내려고 한 시간들을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 살아가려고 살아온 것이었다.
10평짜리 전세로 아내와 알콩달콩 살았고 힘들게 아이를 얻어서 행복했다. 예고 없이 찾아온 몸의 이상으로 삶이 끝날 것 같은 순간은 이겨내야 만 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해고 통지를 받고는 가족들을 위해 매달려도 봐야 했다.
순간순간 항상 내 옆에는 아내가 있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했고 행복하면 말을 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러고 보면 하나에서 둘이 되고 살아가는 것을 배웠고 셋, 넷, 다섯이 돼서 희생과 책임감을 배웠다.
그렇게 바쁘게 살아온 지금 한숨을 쉬고 보니 문득 앞으로 어떻게 살 건데?라는 물음표가 생겼다. 그래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로 했다. 전구 불빛이 탁! 하고 켜지듯 기발한 것이 떠 오르지 않아도 된다. 지금과 별 다를 게 없어도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정리해 보는 시간 만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다만 조금 더 나답게 살기 위해 글로 표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