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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바오 May 06. 2024

세 번의 아픔 뒤 네 번째 얻은 기쁨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이루어진다는 속담이다. 원하는 회사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취준생,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 남을 돕기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가끔은 너무 힘들고 지쳐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현실과 타협을 해 볼까. 아니야 다시 한번 해 보자라고 다짐하며 신념과 의지로 노력한다.


우리 부부에게도 간절히 원했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아기를 갖는 것이었다. 쉽게 얻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의지와 신념이 있어야 했다. 세 번의 유산은 우리 부부에게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해야 만 하는 힘들고 좌절의 연속이었다. 양가에서는 위로의 말 외에는 더 해줄 게 없으셨다. 길거리에서 갓난아이가 유모차를 타고 가는 것을 보면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남들은 쉽게 생기는 아기가 우리에게만 쉽지 않은 것 같았다. 


아내는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였다. 세 번의 임신과 유산 후 수술, 세 번의 직장 병가, 세 번의 실망과 좌절을 아내는 모두 겪어야 했다. 우울증이 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슬픔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답답한 마음에 뭐라도 해야 했기에 도서관에서 임신과 유산 관련 책은 모두 찾아보기도 했다. 어쩌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임신을 해도 걱정이고 하지 않아도 걱정이었다. 임신을 하면 병원에 가기가 두려웠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였지만 7주 8주가 되면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회사에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병원 진찰실에 들어가기가 겁났다. 아내는 얼마나 떨렸을지 감히 짐작할 수가 없었다. 진찰을 하고 유산소식을 들으면 집으로 가지 않고 수술실로 올라갔다. 이제는 집으로 가고 싶었고 산부인과의 산모들이 모두 부러웠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아내에게도 못 할 일이었다. 양가에서는 성당과 절을 오가시며 간절히 기도 하셨다. 삼신할미가 정성을 알아주셨는지 네 번째 임신에서 성공하였다. 그 떨렸던 7,8주 차를 무사히 넘겼고 아기의 심장이 잘 뛰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귀로 들었다. 우리는 기쁜 감정을 맘껏 표현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잘 못 될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뱃속의 점 같은 아기가 마치 덜 익은 달걀 속 노른자 같았다.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노른자가 터질 것 같았다. 세 번의 임신과 유산으로 우리는 양치기 소년이라도 된 듯 임신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못했다. 


세 번의 힘들었던 시간은 나와 아내에게 굳은 신념과 의지 그리고 겸손함을 주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했다. 우리는 그 시간 동안 아픔을 이겨내려고 서로에게 의지 하였고, 잠시나마 행복했던 시간들을 감사할 줄 알게 만들었다.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그 시간은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잊지 않고 상기시키며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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