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힘들지만 달리는 이유

by 방성진

지금에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달리기를 시작할 즈음 결혼과 아이, 직장 모든 게 서툴러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30대 초였으니 직장생활 몇 년 했다고, 좀 할 줄 안다고 우쭐 대가가 여러 번 큰 코를 다치기일 수였다. 둘이 좋아 결혼은 했으나 생판 몰랐던 두 집안이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아이를 가져야 할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 집안에서 암묵적으로 정해놓은 시기를 지나면서 이것 또한 은근한 스트레스로 다가왔었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크고 작은 고비를 넘기게 되는 것 같다. 나에게는 이 시기가 그러지 않았나 싶다. 일이 잘 못 될까 봐 안절부절못하기도 하고 큰 일을 앞두고 긴장도 많이 했던 시기였다. 혼자에서 둘이 되고, 어른인 줄 알았던 내가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나. 낙이라면 퇴근하고 맥주 한 잔 하는 게 다였으니 몸이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그래서 다리를 다친 것은 '너 계속 그렇게 살면 훅 간다'라는 일종의 경고가 아니었을까.


다이어트를 하건 마라톤 대회를 참가하던 뭣이 되었든 나 자신과의 약속을 위해서 우선 달렸다. 앞으로 한 달 뒤 아니면 세 달 뒤 조금이라도 건강해진 모습을 찾기 위해 천천히 달렸다. 더운 여름이면 땀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흘렸다. 겨울이면 정말 달리기 싫었다. 몸은 움츠러들고 찬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찢어질 듯 아팠다. 30분 이상을 달려야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였다. 운동장 트랙이 살얼음이 있어서 넘어지는 건 일상이었다.


살을 빼기 위해 퇴근 후 운동장에서 뛰는 날이 많아졌고, 조금씩 시간을 늘려나가다 보니 최대한 한 시간 정도는 뛸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매일 한 시간 뛰지는 못 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한 시간 뛰고 나머지는 40분 정도로 만족했다. 달리다 보면 트랙을 걷는 사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사람, 연인들이 달리는 모습, 할아버지가 달리는 모습 모두들 열심히 달린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면서 달릴까?.


한 시간 정도 달리기는 지루하기도 하고 힘들 수도 있는데 달리는 시간에는 꼭 생각나는 것들이 있었다.


1. 평소 잘 풀리지 않던 일

2. 회사 업무(상사, 동료와의 업무)

3. 부모님 생각

4. 가족 생각


회사에서 업무처리 중 일이 꼬여서 풀리지 않거나, 동료와 문제가 있었을 때면 항상 달리면서 생각이 나고 한 번 더 곱씹어 고민해 보기도 했다. '문제의 원인이 파악이 안 돼서 고민 일 때, 직원과 의견이 맞지 않아 이기적으로 업무를 처리를 한 일'과 같은 고민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평소 아내와 다투었던 일, 마음에도 없던 말을 쏟아냈던 일 등 두서없이 마구마구 생각이 났었다. 내 머릿속에서 맴돌던 것을 잠시 떼어내 바라보게 되듯 그렇게 되새기게 되면 한 결 마음이 편해지곤 했고 명확한 해결은 아니어도 마음에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달리기는 힘들다. 오로지 내 의지로 한 발짝 나아가야 되고 끈기를 가지고 오래 달릴 수 있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몸은 힘들고 머리로는 귀찮은 생각과 참고 견뎌야 한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충돌하는 과정 같다. 그런데 그 힘듦은 달리기를 시작하고 5분 10분이면 사라진다. 결국은 스트레스도 가져가서 어딘가 쓰레기통에 쳐 박아 버리지 않았을까. 그래서 난 지금도 달리고 있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힘들지만 흘리는 땀과 어지러운 실타래가 풀리는 상쾌함을 맛보기 위해서 달리는 이유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