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감과 결심 사이에서

나의 성장과 성찰

Sep 24. 2025

부담감, 압박감, 책임감 그리고 여기에 반대되는 귀찮음, 자기합리화 같은 마음.

처음에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는 호기로웠다. 뭔가 쓸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다는 것이 그저 좋았고 뭔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며 '이 정도는 나라도 쓰겠다'라며 거만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글은, 특히 공감되는 일상의 한 순간에 대한 글을 쉽게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한 일이었다. 일단 일상에서 모든 감각이 열려 있어야 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것에서도 소재를 찾는 관찰력과 감정의 섬세함이 있어야 하고 여기에 더해 기억력까지 갖춰야 한다. '이거 써야지. 아주 좋은 글감인데? 할 말이 많겠어.'하다가도 막상 쓰려고 앉으면 '내가 뭘 쓰려고 했더라?'하고 백지 상태가 되어 있는 일이 자주 있다. 그래서 작가들은 메모가 일상이구나. 이것도 일이네 일이야.

그리고 몇 번이나 앉았다가 다시 노트북을 닫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나의 편견 때문이었다. 뭔가 대단한 주제에 심오한 내용을 담은 깊이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을 '혼자' 가지고 있었다. 그냥 일기처럼 아무 말이나 쓰자고 생각했는데도 '그래도 남들이 보는 글인데, 특별해야지. 깊이도 있고 칭찬받을 만한 글이어야지.'하고 중얼거리며 생각을 짜내다 포기하기를 여러 번.

브런치 작가라고 하지만 글을 쓴다는 점에서 '작가'일 뿐인데

너무 이 단어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오늘 아침 퍼뜩 들었다. 뭐라도 좋으니 쓰자.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는 말도 있잖아. 나는 많이 읽고, 생각은 너무 많이 해서 탈인 사람인데 그걸 머릿속에 꾹꾹 담아 놓고 풀어내지를 못하고 있다는 것도 꺠달았다. 그냥 마음이 가는대로 손이 가는대로 타이핑을 해 보자. 많이 써야 점점 나아지고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하는 것 아닐까?

남이 내 글을 어떻게 생각하든 무슨 문제인가?

매일 일기를 쓰듯이 꾸준히 몇 달만 써 보자. 피곤하고 바빠서 몇 줄을 남기더라도 그 날의 내 생각과 생활을 남겨서 나의 자취를 남겨보자. 그래서 이렇게 발행 주기를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매일 클릭하고 써 보려고 한다. 어째 결심을 너무 자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결심도 해야 시작을 해야 실패도 있고 성공도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