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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나도 할 수 있어

책과 글쓰기

by 지나

퇴고 없이 편하게 쓰자고 마음먹으니, 이상하게도 머릿속에 ‘이것도 써야지, 저것도 써야지’ 하는 생각들이 자꾸 맴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쓰는 사람의 태도를 다 갖추었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소재가 떠오르면 메모라도 남겨야 할 텐데, “귀찮아. 기억나면 쓰고, 안 나면 말고. 그게 운명이야.” 하며 대충 넘겨버리곤 한다.


어젯밤도 그랬다. 그런데 막상 노트북을 켜고 브런치에 로그인해 백지 화면을 열어보니, 처음 드는 생각을 적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의식이 흐르는 대로 몇 줄 쓰다 보니, 어젯밤에 떠올렸던 주제가 불쑥 다시 생각났다. 기억이 나면 쓰고, 아니면 또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요즘 유행하는 MBTI 얘기를 하자면, 학창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꽤 다르다. 예전엔 감성도 풍부하고, 남 배려도 잘하고, 내 불편함은 뒤로 미루고 다른 사람을 챙기려 애썼다. 기분에 따라 노래를 들으며 감정에 젖기도, 화를 달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내 인생에 대한 계획이나 열정은 없었다. ‘해가 뜨니 살아간다’ 정도의 태도, 게으름과 귀찮음으로 흘려보낸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이룬 것도 없고, 뒤로만 밀려난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은 달라지고 싶다. 늦게라도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


체력은 예전만 못하고, 해야 할 일은 더 많지만, 희한하게도 지금은 그 시절보다 더 열정적이다. 운동을 시작해 근육이 붙었다며 딸에게 자랑하기도 하고, 돈이 되든 안 되든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하루를 시작한다.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독서’, ‘글쓰기’, ‘배움 쌓기’가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 기록을 남기는 행복감은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충만한 순간 같다.


딱딱한 책 리뷰만 쓰다 보니, 이제는 내 이야기도 적고 싶다. 물론 여전히 사회적·철학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일상 글에 묻어나 부담이 되지만, 아침에 급한 일을 마치고 첫 스케줄로 글쓰기를 하려 한다. 그냥 의식이 흐르는 대로, 수다스럽게 써 내려가고 싶다. 마음속에만 묻어두지 말고 꺼내어 두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내 이야기도 선명해질 것이다. 결국 그게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방식 아닐까.


오늘로써 이틀째.

나는 글쓰기에 대한 변명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하지만 사실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은 거다.

괜찮다고,

너도 할 수 있다고,

나를 응원한다고.

나의 가치는 결국 내가 끌어내는 것임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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