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당신에게

익숙함 속의 따스함

by 지나

원만한 결혼 생활의 조건으로 사람들이 종종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부부는 닮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러니까 성격이나 성향처럼 타고난 것이 달라야 한다는 의미다.

결혼 20여 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우리는 큰 다툼 없이 잘 지내왔다. 그래서일까, 그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서로 다른 성향 탓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나는 내 방식에 남편을 끼워 맞추려 애쓰기도 했다.
억지로 바꾸려 들기도 했고, 실망하며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다.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바꾸려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는 걸.
서로에게 큰 해가 되지 않는 이상,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 주는 것이 결국 나를 위한 일이라는 걸 말이다.


이해가 안 되더라도, 그저 이해하는 척이라도 하며 말해본다.
"그랬구나, 그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어."

그러면 신기하게도 남편의 행동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실제로 달라진 건지, 내가 그렇게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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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시절에도 조금 느꼈지만, 결혼 후 더 강하게 와닿았던 남편의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변함없음'이다.

그는 항상 같은 음식을 먹고 싶어 했고, 같은 식당에 가자고 했으며, 듣던 음악만 반복해 들었다.
심지어 길도 꼭 같은 길로만 가려고 해서, 나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나 역시 안정적인 것을 선호하긴 한다.
새로운 도전보다는 익숙한 것을 고르며, 실패를 피하려 애쓴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식당에 가고, 낯선 길을 돌아가는 걸 좋아하며, 다양한 음악을 시도해 보는 사람이다.

이처럼 남편과 나는 다르다.


그 다름은 어느 한쪽이 옳거나 그르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지 각자의 방식이 있을 뿐이고, 그 방식엔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새로운 걸 좋아하는 만큼 싫증도 잘 내고, 정을 오래 붙이지 못하는 편이다.
반면 남편은 조금 보수적이지만, 한 번 마음에 든 것은 웬만해선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예측 가능한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젊고 날씬하고 예뻤던 20대의 나를 기억하는 듯하다.
그 시절의 내 모습과 닮은 연예인을 보면, "애기 닮았다"며 보여주곤 한다.

그리고 나에게 자주 말해준다.
"아직도 귀엽고 예뻐. 지금이 보기 좋아. 난 마른 게 싫어."
사실 예전엔 엄청 말랐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걸 나도 안다.

그런데도 그는 변함없이 말해준다.
나를 향한 마음이 바뀌지 않았다는 걸, 말로든 행동으로든 표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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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나를 ‘애기’라고 부르며, 어린아이처럼 다정하게 대하는 남편.
그 꾸준하고 단단한 마음이 고맙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나도 누가 뭐라든 지금의 남편이 제일 사랑스럽다.
고맙고, 그리고… 미안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게 지금 내 진심이다.


나는 살림의 고수도 아니고, 요리를 잘하지도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다.
외조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 나를 언제나 먼저 챙겨주는 남편을,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게 된다.

최근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다가 관식이라는 인물을 보았다.
애순이를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어 하는 그 모습에서, 나는 내 남편을 떠올렸다.
눈물이 났다.

관식이가 애순이를 두고 먼저 떠나는 장면에서,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리는 같은 날 가자. 아니, 그게 안 된다면… 내가 먼저 갈게."

이기적인 말일지 모르지만,
나는 나의 관식이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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