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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미 Jul 08. 2018

스물한 살, 서울에서 제주로

서울특별시민의 481km 밖의 섬, 제주 정착기

프롤로그


여행객과 일상을 함께 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낯선 곳, 공항에서의 시간은 그들에게 평범하지 않은 일상 밖의 일이다. 면세점에서 담배를 사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로 게이트 앞은 북적인다. 탑승시간의 기다림이 지루해도 이 순간과 장소는 그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나에게 공항과 비행기는 일상 밖의 공간이 아니다. 이 곳은 서울과 제주를 이어주는 중간지점, 나의 생활영역이다.




섭지코지, 지니어스 로사이


어디든 속하기도 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기도 하다.


나는 서울, 제주 두 도시에 산다. 서울에서는 옷장에서 꺼내 입는 원피스, 샌들, 코트, 패딩으로 계절이 지나감을 느낀다. 반면 제주에서는 유채꽃, 벚꽃, 수국, 억새를 보며 계절이 지나감을 안다. 서울 집 창문을 열면 높은 건물이 보인다. 제주도 기숙사 창문을 열면 바다가 보인다.


재수가 끝난 스물한 살, 제주대학교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20년간 서울에서 벗어난 적 없던 나는 내가 어떤 생활을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기숙사에서 떨어진 막내딸이 걱정된 아버지는 내가 살 집을 알아보겠다고 작은 배낭을 메고 혼자 제주로 내려가셨다. 아버지는 아라동의 신축 원룸을 구해주셨고, 곧이어 나는 제주로 내려와 개강을 맞았다.


산방산, 용머리해안
어디에도 없는 스물 하나


나는 보통의 삶을 모른다. 이 곳은 서울만큼 치열하지 않다. 한 학기 등록금은 160만 원으로 학비 걱정이 없다. 취업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역시 서울에 있는 친구들보다 적다.


학창시절 따돌림 한 번 당하지 않은 나는 이곳의 철저한 외부인이다. 단지 서울특별시민이라는 이유다. 사람, 바다, 침대, 부엌, 아침 익숙한 것 하나 없는 제주에서 지독한 외로움으로 가득한 낮과 밤이 이어진다.


제주, 이 곳은 등 떠밀려 온 것이 아니다. 온전한 나의 선택이다. 여름 혹은 겨울은 어디에 머무를 것인지 끝없이 정한다. 예측할 수 없는 나의 생활이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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