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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Feb 23. 2020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없을까

꿈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엄마와 장을 보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주말이 흘러가는 속도에 비해, 월요일은 너무 빨리 오는 것 같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런 내게 엄마는 "사람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는 없지. 쉬었으니깐 일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야?"라는 말을 툭 던졌다. 집에 오면서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사람은 정말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없을까, 만약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있다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뭘까 하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무엇이었을까


간단하고도 원초적인 이 질문에 답하기까지 하루 종일 고민해본 것 같다. [퇴사하고 세계여행 가기], [직장 다니지 않고 부업으로 월 수입 1000만 원 벌기] 등 마치 유명 유투버의 조회수 30만을 넘는 영상의 제목 같은 일들이 떠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아주 단순했다. 그냥 글을 쓰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고민하던 당시 나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었다


지금 보면 소소한 꿈이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하던 때에 나는 저 모든 것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이든 하기만 하면 작심삼일인지라, 강제로라도 글을 써보자 돈까지 지불했던 [상상마당 아카데미]는 8주 차 중 4주를 빼먹고는 야근이 많다는 변명을 하며 은근슬쩍 수업 취소를 했다. 차라리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야심 차게 준비했던 태블릿 PC는(스마트폰으로 글쓰기는 어렵다는 생각에) 구입 후 한 1-2주 가지고 다니다가 서랍 속에 넣어버렸다.


결국 나의 마음가짐이 문제였다


바쁘다는 핑계 속에는, 간절히 원하지 않는다는 속마음이 깔려 있었다. 나는 아마도 일상과 꿈을 분리하며 생각했던 것 같다. 일상은, 그러니깐 현실은 너무 바쁘고 힘들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었고, 그렇기에 꿈을 아무리 꾼다 하더라도 일상이 그것을 방해한다고 믿었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면서 사실 그 모든 것들이 일상을 포기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고민을 끝낸 이후로,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한 가지씩 해봤다


브런치 작가 도전에 여러 번 낙방한 끝에 성공해서 이렇게 글도 써보고 있고, 스쿠버 다이빙 동호회에 들거나 독서 모임 등 일상 속에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고 있다.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평일에는 온전히 내 일상, 삶에 집중하고 토요일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일요일에는 가족들과 휴일을 즐기고 있다.


꿈을 찾아 일상을 떠나는 사람을 보면, 여전히 그들의 용기가 대단하고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룬 모든 것들을, 평범한 일상을 포기하고 떠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을 부러워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저마다 꿈꾸는 삶이 다른 것이므로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대신에 나만이 일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면 나 스스로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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