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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Feb 05. 2020

일요일 밤마다 행복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일주일이 달라진다.

일요일 밤 8시에 행복을 느끼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적어도 작년 중순까지만 해도 월요일이 돌아온다는 사실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었다. 아마도 그건 바쁜 평일과는 다르게, 주말에는 비교적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서였을 것이다.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토요일 오전에는 중국어 과외를 받고 오후에는 지인들을 만나 여유로운 주말을 즐기곤 했다. 일요일은 늦잠 자고 일어나 오전에는 방청소를, 오후에는 주로 부모님과 장을 보거나 책을 읽고 밀린 공부를 하는 등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그랬기에 일요일 저녁은 어김없이 여유로운 날들의 연속이었고 월요일이 특별히 두렵다거나 힘들지 않았었다. 오히려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하는 탓에 이번 주는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하는 일에 열중해 다가올 월요일이 때론 기대되었었다.


그런데 사람의 감정과 생각은 상황에 따라 어느 순간 확확 바뀌더라


연차가 쌓임에 따라 맡은 업무의 무게가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미션을 부여받았을 때 스스로 기대에 부합하고자 일을 집에 가져오게 되었다. 집에 일을 하나 둘씩 가져오다 보니 매일 야근은 기본이고 평일 저녁에는 새벽 한 시까지 잠 못 이루며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주말에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항상 머릿속에는 일에 대한 생각을 해야 했기에 요 몇 주간 일요일은 너무나도 끔찍한 것으로 변모했다.


집으로 일을 가져가지 말라는 선배들의 말씀은 100% 옳은 것이었다


집에서는 절대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법인데, 해야 하니 스트레스는 배가 되었다. 집에서 일을 하고 있자니 사실 집중도 직장에서만큼 잘 되지 않아, 이건 뭐 하고 있는 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닌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의 '내 일'에 대한 강한 걱정 때문에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내가 스스로도 꼴사나워 더 이상 일요일이 행복하다 느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행복을 다시 찾고자, 월요일을 사랑했던 그때를 떠올렸다


그때 나는 왜 행복했을까, 어떤 이유로 인해 행복했을까. 행복을 느꼈던 당시를 떠올려보자 그동안 모아두었던 다이어리를 꺼내 읽어봤다. 그리고는 일요일마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 찾아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2019년도 말부터 갑자기 단 2~3달 사이에 급격히 일요일이 바빠진 오늘과 비교했을 때 분명 아무것도 없었다. 기껏해야 오전 운동이 전부였는데 최근에는 일을 하거나 끊임없이 자기 계발하는 데 열중했기에 다이어리에 일정들로 빼곡했다.



이번 주 주말부터 다시 예전의 그 감정, [행복]을 느끼는 삶으로 돌아가 보고자 아래 리스트를 만들어봤다.

이름하여  [일요일 밤 행복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1. 일과 삶을 분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2. 일주일에 하루, 일요일은 집에서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것.

3. 절대 일을 집에서 하려 하지 말 것. 집에서 한다고 해서 월급을 더 받을 수 있는 곳만 인정!(1번과 연결됨)

4. 내 기상시간 기준(7시 20분) 피곤을 덜 느끼도록 11시 전에는 잘 것.

5. 일주일 고생한 날 위한 휴식이라 생각하며 자기 계발도 하려 하지 말 것.

6. 월요일 출근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면, 객관적으로 본인이 느끼는 부담감이 무엇에서 시작되는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7.6번을 위해 일요일은 한 주간 내가 무엇에 가장 큰 힘듦을 느꼈었는지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기.


위에 리스트에 있는 일들을 모두 실행했음에도 여전히 일요일 밤이 불행하고 월요일이 끔찍하다면 인정해야 한다.

진짜로 끔찍한 삶을 살고 있거나 프로 불평러 인 것을.


전자든 후자든 본인의 상태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 자신] 밖에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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