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이 전 세계 입맛을 사로잡은 이유
‘바이럴’은 운이지만, ‘브랜드’는 전략이다.
삼양식품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 브랜드다.
1963년, 한국 최초의 라면 브랜드로 출발한 삼양은 이제 ‘핫 치킨 누들(불닭볶음면)’이라는 하나의 밈을 전 세계 팬덤으로 키워냈다. 한 번의 유행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TikTok 챌린지를, 이들은 글로벌 커뮤니티, 오프라인 유통, 그리고 브랜드 문화로 확장했다.
2023년, 미국 텍사스의 한 어린 소녀가 생일 선물로 받은 불닭 까르보나라 라면을 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 영상은 순식간에 TikTok을 뒤흔들었고, 수백만 뷰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브랜드라면 ‘좋아요’를 누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삼양은 ‘팬을 콘텐츠로 만든다’는 철학으로 응답했다.
단 1개월 만에 ‘핑크 트럭’을 그녀의 집 앞까지 보내고, 직접 파티를 열어주며 소비자의 감정 경험을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했다.
이 행위는 단순한 선물이 아니었다.
‘개인화된 팬 경험(personalized fan experience)’을 통한 감정적 리텐션(emotional retention)의 구축이었다.
Insight: 글로벌 소비자는 더 이상 단순한 고객이 아니다.
그들은 브랜드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는 감정을 원한다.
삼양은 이 시대의 팬 문화를 이해하고, 팬이 곧 마케터가 되는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바이럴은 빠르게 식는다.’ 하지만 삼양은 바이럴의 속도와 리테일의 속도를 일치시켰다.
미국 현지 법인인 Samyang America는 2021년 설립 후 단 2년 만에
미국 내 입점 스토어 수를 1만 개에서 2만 2천 개로 두 배 이상 확장시켰다.
이는 단순한 판매 확대가 아니라, ‘소셜 트렌드-수요 발생-오프라인 구매’의 완전한 폐쇄 루프(closed loop)를 완성한 사례다.
TikTok에서 불닭이 유행하면, 바로 그 주말에 Walmart·Target·Costco 진열대에서 제품을 만날 수 있도록 공급망이 움직였다. 소셜 미디어의 관심이 식기 전에 소비자가 실제로 ‘구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Insight: K-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에서 가장 간과되는 부분은 디지털과 리테일의 단절이다.
삼양은 “바이럴은 유통을 동반해야 한다”는 교훈을 증명했다.
콘텐츠는 흥미를 만들고, 매장은 그 흥미를 거래로 전환시킨다.
삼양은 광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게” 만든다.
뉴욕·LA에서 진행된 “Splash Buldak” 캠페인은 단순한 제품 체험이 아니라, “소스 교환(Sauce Exchange)”이라는 놀이적 요소를 추가해 브랜드를 놀이 문화로 재해석했다.
덴마크 ‘불닭 금지’ 사건에서는 위기를 ‘축제’로 전환했다. ‘Buldak Spicy Ferry’라는 배를 띄워 팬들과 함께 항구를 건너며 ‘스파이시한 자유’를 상징적으로 기념했다.
이 두 사례는 체험 마케팅(Experiential Marketing)의 교과서적 사례다.
위기를 콘텐츠로, 팬덤을 이벤트로, 이벤트를 기억으로 바꾸는 일련의 스토리텔링 구조다.
Insight: 브랜드는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기억을 설계하는 것이다.
삼양은 ‘매운맛’이라는 감각적 요소를 ‘즐거움’, ‘자신감’, ‘도전’이라는 감정으로 전환시켰다.
삼양의 사례는 K-브랜드 글로벌 마케팅의 모범답안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① 브랜드 에쿼티의 지속성 관리
TikTok 중심의 젊은 팬층은 변덕이 빠르다.
불닭이 아닌 다음 ‘핫’한 아이콘을 만들기 위해선, 브랜드 미학과 철학이 분명해야 한다.
“Spicy”를 넘어 “Samyang Life”로 확장되는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② 팬덤의 문화화(Fan Community as Culture)
글로벌 팬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유도하되,
지역별 문화 코드에 맞춘 로컬라이징된 팬 커뮤니티 전략이 중요하다.
예: 미국의 ‘Ramen Challenge’와 일본의 ‘K-Spice Lunchbox’는 전혀 다른 문법으로 움직인다.
③ 데이터 기반 마케팅의 윤리와 정교화
퍼스트파티 데이터 확보가 필수지만, ‘팬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에는 투명성이 필요하다.
삼양은 단순히 ‘매운맛’을 수출한 브랜드가 아니다.
그들은 K-컬처의 감정 구조—공감, 커뮤니티, 참여—를 마케팅 전략으로 시각화한 브랜드다.
핵심 공식: 바이럴 + 리테일 + 팬 경험 + 데이터 연결 = 지속 가능한 글로벌 브랜드
한국 브랜드들이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바이럴의 속도”가 아닌 “브랜드의 리듬”을 만들어야 한다.
삼양은 그 리듬을 정확히 연주하고 있을지 지켜봐야 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