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마트, ‘저가의 제왕’에서 럭셔리까지 품다

‘Everyday Low Price’(항상 저렴한 가격)

by 마케터의 비밀노트

월마트는 오랫동안 ‘Everyday Low Price’(항상 저렴한 가격)로 상징되는 리테일 강자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전략을 보면, 더 이상 ‘저가’만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샤넬, 루이비통, 심지어 MZ세대의 컬렉터 심리를 자극하는 라부부(Labubu) 같은 한정판 피규어까지, 고가의 아이템을 자사 마켓플레이스에 적극적으로 들여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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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피규어부터 버킨백까지

8월, 월마트의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는 50개가 넘는 라부부 인형과 팝마트(Pop Mart)의 ‘더 몬스터즈(The Monsters)’ 시리즈 피규어가 등장했습니다. 일부는 배송비 포함 200달러 이상에 판매됩니다. 이는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StockX)와의 제휴 덕분인데, 월마트는 지난해부터 나이키 에어 조던 같은 한정판 스니커즈를 입점시키며 고가 소비자층을 겨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올해 초에는 리세일 플랫폼 리백(Rebag)과 손잡고 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 가방과 시계, 주얼리 2만7천여 점을 통째로 입점시켰습니다. 5천만 원이 훌쩍 넘는 버킨백도 월마트에서 클릭 한 번이면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입니다.


전략의 핵심: ‘고소득 고객 유인’

리테일 컨설턴트 스콧 베네딕트는 이를 “고소득층을 끌어들여 결국 생활 필수품 구매까지 이어가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월마트는 최근 몇 년간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의 고객 비중이 빠르게 늘었고, 이에 맞춰 마케팅 메시지도 고소득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즉, 라부부 피규어나 명품백을 보러 들어온 고객이 결국 장바구니에 장바구니용 생수, 가정용 세제까지 함께 담게 되는 구조를 노리는 것이죠.


아마존과의 ‘럭셔리 전쟁’

흥미로운 점은 아마존 역시 최근 리백과 제휴를 맺으며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아마존은 2020년부터 럭셔리 카테고리를 별도로 운영해왔지만, 브랜드 측은 여전히 ‘짝퉁 공포’와 ‘너무 많은 상품 속에서 묻히는 문제’ 때문에 선뜻 입점을 꺼리고 있습니다.

월마트 역시 같은 도전에 직면합니다. 럭셔리 브랜드는 ‘희소성과 배타성’을 정체성으로 삼는데, 월마트는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리테일러이기 때문입니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와 월마트의 대중성은 어찌 보면 정반대 지점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리세일 플랫폼에게는 이 제휴가 절호의 기회입니다. 팬데믹 기간 폭발적 성장을 누린 뒤 성장세가 둔화된 스탁엑스나 리백은 월마트를 통해 압도적인 도달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리백 CMO 엘리자베스 레인은 “월마트를 통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소비자 층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진다”고 말했습니다.


‘럭셔리의 민주화’인가, 정체성의 위기인가

월마트의 고가 전략은 단순히 새로운 상품 카테고리를 늘린 것이 아니라, 리테일 지형의 균열을 보여줍니다. 더 이상 럭셔리 브랜드는 백화점이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독점적으로 소비되지 않습니다. ‘대중의 플랫폼’에서도 발견되고, 클릭 한 번으로 배송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흐름이 럭셔리의 본질인 희소성과 배타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월마트가 ‘럭셔리의 민주화’를 이끌며 소비자 선택지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결국 관건은 브랜드의 태도입니다. 럭셔리를 여전히 ‘닫힌 세계’로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더 많은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열 것인가. 이 질문은 월마트뿐 아니라 글로벌 럭셔리 업계 전체가 직면한 숙제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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