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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호 Oct 09. 2017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하루

수많은 아르바이트 중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가장 많다고 생각합니다.



문을 열자 문 위에 설치한 종소리가 났다. ‘쨍그랑’. 문을 열고 들어가 카운터에 눈인사를 하고 바로 창고로 들어갔다. 창고에 안에 있는 책상 위에 가방을 올려놓고, 내 이름이 적혀있는 조끼를 입고 카운터로 나갔다. 사실 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다. 삼 남매 중에 막내인 내가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서 주말에 편의점 일을 시작했다.


  때는 2011년도 4월 20살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어느 정도 학교에 적응할 때쯤 편의점에 면접을 보러 갔다. 사장님은 안경 쓰고 말랐으며 선한 얼굴로 날 반겨주었다. 사장님은 면접을 본 후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언제부터 나올 수 있냐고 물어봤다. 난 조금이나마 빨리 시작할 수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번 주부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시급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하길래 물어봤다.

 “혹시 인터넷엔 시급이 협정 후라고 나와있는데 혹시 시급이 얼마인가요?”

사장님은 얼굴을 찌푸리면서 “나는 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시급 이야기하는 사람이 제일 싫더라”라며 나를 꼬집었다. 말없이 가만히 앉아 계속 사장님 눈을 응시했다. 사장님은 뻘쭘하였는지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원래 시급이 3400원인데 주말이고 또 야간이니까 3800원 주는 거야”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는 “네 알겠습니다 다시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바로 나갔다.


  기숙사 가는 버스 안에서 사장님의 말을 다시 되새겨 보았다. ‘최저시급이 5,500원인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아무리 대학교가 서울이 아니라고 한들 지방이라도 이럴 수가 있는 건가, 그래서 사장님이 시급 먼저 말한 사람이 싫다고 하셨구나, 이런 곳에서 누가 일을 하냐’라는 생각을 하며 기숙사에 도착했다.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사장님께 전화했다. ’ 생각해봤더니 괜찮은 거 같아요 일 한번 해볼게요’… 돈 앞에서 무너지는 나 자신을 보았다. 시급 3800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게 중요했다. 이번 주 금요일에 나오라고 했다. 나는 대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금요일이 되었다. 나는 10분 일찍 도착했다. 내 이름이 걸린 조끼를 입고 일을 배우기 위해 매니저를 쫓아다녔다. 매니저가 일을 가르쳐 주는데, 처음 하는 일이라 손에 익지 않았고, 모든 게 어색했다. 하지만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이해가 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격적으로 혼자 일을 하기 앞서  돈통에 있는 돈만 세면 끝이다. 하지만 꼭 손님은 이때 들어온다. 동전을 잘만 세다가 몇 개 남기고 손님 결제 때문에 또 동전을 처음부터 다시 셌다. 편의점 알바의 인생이다. 꿈에서 양 한 마리 두 마리 몇백 마리까지 세는데 뭐 동전쯤이야 라며 긍정적으로 넘어갔다.


  교대를 한 후 잠시 쉬려고 카운터에 갔는데 의자가 없었다. 매니저가 카운터에 의자가 없다는 말은 안 했다. 카운터에 서서 혼자 생각했다. ’ 저녁 8시부터 아침 8시까지 12시간 근무하는데 서서 근무하라는 건가? 손님을 경계하는 미어캣도 아니고 무슨’ 중얼거리면서 창고에서 네모난 우유 박스를 갖고 왔다. 그리고 카운터에 놓고 앉았다.


   때마침 사장님이 들어왔다. 그리고 말했다. “의자 치우고 카운터에는 의자 놓지 마. 카운터에 의자가 있으면 게을러지고 핸드폰만 하더라. 다리 아플 땐 10분씩 손님들이 먹는 테이블 가서 좀 앉아있다가 다시 일해.” 대답하기 전에 혼자 ‘무슨 개똥 같은 소리야 그럼 12시간 동안 서있다가 다리 아프면 잠깐 앉아있으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네 한마디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전혀 다르게 내 입에서 자동적으로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볼게요” 라고 말했다.  지금 사장님께 반항을 해봤자 변할 건 없었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편했다. ‘뭐 맨날 하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2번만 하니까 그때만 피곤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했다.


  편의점 위치는 기차역 바로 옆이었다. 그래서 주변에 술집이 많았고, 취객들도  편의점에 많이 들어왔다. 몇 명의 취객들은 카운터 앞에 서서 말하기 전에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말했다. “혹시 사창가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 가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저쯤 있겠지 하고 설명해줬다.


  새벽 2시쯤 되면 20살인 나에게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과 중압감으로 무서울 때가 있다. 불행하게도 일은 발생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3명이 얼큰하게 취한 상태로 들어왔다. 특유의 경상도의 사투리를 뽐내며 나에게 필라멘트 담배 한 갑을 달라고 했다. 평소와 다르지 않게 담배를 주었다. 결제가 끝나 마자 동시에 다시 환불해 달라고 했다. 손님은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아니 내가 언제 필라멘트 달라고 했어 말보로 달라고 장난하나”


  일행 중 한 명은 갑자기 진열대를 쌔게 걷어찼다. 진열돼 있던 과자와 초콜릿들이 바닥으로 다 떨어졌다. 화를 낼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이라 겁을 먹었다. 그때 마침 매니저의 말이 떠올랐다. 수화기를 옆에다 놓으면 5분 안에 경찰이 출동한다고 일러 주었다. 수화기를 안 보이게 옆에 놓았다. 이미 정신은 나갔지만 취객들을 빨리 내보내고 싶었다. 정신을 다시 잡아보고, 바로 환불을 해주고 말보로 담배를 건넸다. 취객들은 담배를 받자마자 바로 나갔다. 모든 기억들이 잔상에 남아 카메라 필름처럼 지나갔다.


  수화기를 옆에다 둔지 5분이 넘은 것 같은데도 경찰이 오지 않아서 직접 신고를 했다. 신고한 지 10분이 지난 후에 경찰이 왔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하자  별일 아닌 듯이 말했다.

“다음에 무슨 일 생겼을 땐 조심히 하세요”


  경찰을 불러도 달라지지 않음을 깨달았다. 떨어진 초콜릿과 과자를 주었다. 과자 3개를 보면서 비참함을 느꼈다. 과자 3개와 나의 시급은 같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무기력 해졌다. 나의 존재가 1시간에 3800원이라니.. 하지만 지금 환경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사건이 지나고 새벽 2시쯤이 되자 배가 고팠다. 출근하기 전에 매니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배고프면 유통기한 지난 폐기 음식 먹어도 돼요”

 아까 폐기처리했던 삼각김밥과 컵라면이 눈에 아른거렸다. 창고에 가서 폐기 처리한 삼각김밥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컵라면에 물을 부었다. 타이밍도 좋게 손님들이 때 마침 들어왔다. 다시 카운터로 달려가 결제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라면은 우동면이 되어 있었고, 삼각김밥 또한 차가워졌다. 하지만 돈을 아낄수 있다는 마음에 감사히 먹었다.


  시간이 지나 새벽 6시가 되니 해가 뜨기 시작했다. 해가 뜨니 내 다크서클도 뜨기 시작했다. 아침 8시가 되자 다음 교대자가 왔다. 오자마자 창고로 가서 조끼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가방을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밖은 화창했고 햇살은 따듯했다. 마치 오랫동안 갇혀있다가 나온 느낌이었다. 편의점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기숙사 가는 버스를 탔다. 기숙사에 도착해 씻은 후 침대에 누웠다. 그때 엄마에게 전화가 안 왔으면 했다. 나는 엄마에게 거짓말을 쳐야 했다.


 “ 엄마 나 잘 지고 있어 걱정 마 편의점 알바 시작했는데 재밌더라고 서울 올라가기 전까지는 하다가 가려고”



 * 지금까지 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20살 때 지방에 내려가 대학교를 다니면서 편의점 알바를 시작한 이야기를  입니다. 사회에 쓴맛을 제대로 느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어디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일을 하던 사장에게 할 말은 합니다. 학비 내기 정신없는 대학생들, 특히 나처럼  삼 남매가 같이 대학교 다니면 더욱더 돈이 없는 대학생들입니다.

부모님이 잘살면 다행이겠지만, 나 같은 학생도 있습니다.

갑과 을의 횡포, 대학생들의 현실, 알바의 근무 등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북 사투리는 나에게 큰 트라우마 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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