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운수를 보는 편이 나을까

홈쇼핑 심리학 에세이 (26)

by 홈PD

언젠가부터 계절과 계절 사이의 틈이 매우 좁아졌다는 느낌이다.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현대인들은 외부 환경의 변화를 통해 그러한 찰나의 순간을 감지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느 날 출근길의 냉랭한 공기를 들이마실 때, 차창밖으로 지나는 쇼핑몰 앞 대형 트리를 볼 때, 겨울이 왔음을, 그리고 곧 해가 바뀔 것임을 알게 되곤 하는 것이다.


이제 새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움직임이 있다.


바로 사람들이 신년운수를 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예전에야 유명한 점집이나 철학원을 찾아가곤 했었지만, 요즘은 용하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그 자리에서 점괘를 보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미래를 점친다는 행위에는 다소 신령적인 의식(儀式)의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한 긴장감을 안고 점집 문을 두드리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를 궁금해한다.

누구나 장밋빛 미래를 꿈꾸겠지만 사실 미래는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미래라는 불확실성 속에는 좋은 상황뿐만 아니라 안 좋은 상황도 들어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은 사실 이럴 때 불편한 측면이 있다. 안 좋은 쪽으로의 상상이 증폭될 때, 사람들은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가까운 미래는 그나마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지만 10년, 20년 뒤의 미래는 매우 추상적으로 상상할 수밖에 없기에 불안함의 크기가 더 커지기 쉽다.


어쩌면 불안한 미래를 극복하기 위한 현재의 행위가 미흡하다고 여겨지는데에서 오는 또 다른 불안함이 그 정도를 더 심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과거에 이랬어야 했는데 하지 못해서 이렇게 되고 말았네'라는 상황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그 저변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어떠한 선택 결정을 하기도 전에 예상되는 후회를 '예상 후회'(Anticipated Regret)라고 한다.

예상 후회 심리가 발동하면 사람들은 보통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한 행동을 미리 취하게 된다.


흔한 예로 수험생들에게 낙방의 겁을 줘 지금 공부를 하게 하려는 선생님이라든가, 비만의 위험을 경고함으로써 운동을 하게 하려는 트레이너의 상황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담뱃갑에 병으로 고통받는 사진이 실려있는 모습, 여름에 놀기만 하던 베짱이가 겨울에 얼어죽게된다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도 예상 후회를 생각하게 만든다.


마케팅에도 예상 후회 심리를 교묘하게 활용하는 사례가 많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위협소구를 활용한 홈쇼핑 보험 방송이다.


대부분의 보험 방송에서는 해당 보험을 가입해야 하는 정당성 확보를 위해 가입하지 않았을 경우 찾아올 수 있는 불행을 소개한다.

보험이라는 속성 자체가 미래의 불행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니만큼 당연한 마케팅 기법이라고 해도, 그 불행이 너무나 생생하게 전달될 때는 소름이 돋기도 한다.


이를테면 치매보험의 경우 나이를 먹고 치매에 걸린 아내와 그 옆에서 간병을 하는 남편의 모습(물론 배우들의 연기다)을 보여줌으로써 가입을 유도한다.

머릿속에 그렸다가도 설마 하며 빨리 지워버리는 슬픈 장면을 목격하게 함으로써 예상 후회 심리를 강하게 작동시키는 것이다.


먼 훗날의 막연한 불안감뿐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불안감을 자극할 때도 있다.

수년 전 연금보험 상품의 인기가 높았던 시기가 있었는데, 당시 연금보험의 큰 혜택 중 하나가 직장인의 연말 소득공제 혜택이었다.


가입을 하지 않으면 연말에 동료들이 세금 환급받을 때 나만 토해낼 수 있다는 불안심리를 자극함으로써 가입을 유도했고, 실제로 매우 많은 고객들이 상담을 남겼다. 1년 이내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상정한 것이라 많은 고객들이 꽤 구체적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특이한 점은 고객들이 보험 가입을 해서 이러이러한 혜택을 누렸다는 긍정적인 사례보다는 가입을 하지 않아서 이러이러한 손해를 봤다는 사례에 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인간이 손해에 민감한 존재라는 것은 이래저래 틀림없는 사실인 듯하다.




간디는 "미래는 당신이 오늘 하는 일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했다.

곱씹어볼수록 이 짧은 한 문장에는 미래에 대한 진리가 담겨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오늘 벌어지는 일이 어제 내가 한 일 때문이라면 내일 벌어질 일은 당연히 오늘 한 일 때문이 아니겠는가.

결국 미래라는 것도 현재의 연속된 무한 집합이라고 본다면 지금 무엇을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가슴에 손을 얹고 지난해 무엇을 했는지 돌아본다.

그랬더니 어째 올해 운수가 좋기를 바라는 것이 욕심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 할지라도 내게 소망이 있는 한 새해 토정비결 정도는 보게 될 것 같다.


어차피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면, 신년운수 결과에 관계없이 내가 가진 꿈을 믿고 그대로 나아가면 그뿐일 테니 말이다.


루스벨트가 남긴 말은 그래서 꿈을 가진 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The future belongs to those who believe in the beauty of their dreams."


"미래는 그들의 꿈이 아름답다고 믿는 자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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