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후회하고 계신가요?

홈쇼핑 심리학 에세이 (24)

by 홈PD

'후회하기 싫으면 그렇게 살지 말고, 그렇게 살 거면 후회하지 마라'


예전에 누군가의 프로필에 적힌 이 문구를 읽고 심하게 고개를 끄덕인 일이 있다. 뭔지 모르게 의기소침해진 마음에 통쾌한 이단옆차기를 날리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촌철살인 문구 하나로 버티기에 삶은 가볍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현실적으로 삶은 후회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때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등등 크고 작은 후회를 안 하고 산 날이 얼마나 될까 싶다.


우리가 후회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떤 선택을 하고 난 이후 대안이 될 수 있었던 다른 선택 때문이다.

즉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일어날 수 있었던 ‘가능성의 세계’로부터 심리적으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고민하다 버스를 탔지만 약속시간에 늦고 말았을 때 '지하철을 탔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는 식이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고 약속시간에 늦었다면 버스를 탔어야 했다는 후회를 또 하게 될 테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라면 인간은 이래저래 후회를 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 같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대안을 어떻게 상정하느냐에 따라서 후회라는 고통의 크기가 매우 달라진다는 것이다.


올림픽 시상대에 올라선 선수들의 표정을 가만히 살펴보면 대부분 2위 시상대에 올라선 선수의 표정이 가장 좋지 않다. 반면 3위 선수의 표정은 밝은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2위 선수의 대안은 1위인데 반해 3위 선수의 대안은 4위나 5위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2위 선수는 자신이 잘했으면 1위를 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데에서 오는 후회가 크고, 3위 선수는 4위 선수를 이기고 메달을 따게 된 데에서 오는 만족감이 크다는 것이다.


2위가 3위보다 훨씬 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자주 벌어지는 것을 보면 '그럴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의 세계를 벗어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가늠이 된다.




후회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인간의 심리를 좀 더 들여다보자.


A를 선택하면 당장 10만원을 받을 수 있고, B를 선택하면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때 22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뒷면이 나올 때 돈을 받지 못한다. 여러분이라면 둘 중에 어떤 쪽을 선택하겠는가.


수학적으로는 동전을 던졌을 때의 기댓값이 11만원으로 10만원보다 높기 때문에 B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뒷면이 나와서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를 원치 않으므로 대부분은 A를 선택하게 된다.


이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깔려있는 탓이다. 즉 인간에게는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효용이 적은 쪽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후회 이론 (Regret of Theory)이다.


후회 이론에 입각한 행태는 홈쇼핑 방송을 할 때도 종종 경험할 수 있다.


스포츠웨어 방송을 할 때 대부분의 경우 블랙 색상이 제일 많이 팔리고 그다음 네이비 색상이 많이 팔린다. 밝고 화려한 색상으로 갈수록 판매수량은 줄어든다.


그러한 원인으로는 블랙 색상이 더러움이 덜 타고 코디하기가 편하다는 이유를 가장 먼저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떤 색상이 예쁘다고 추천을 해도 제일 많이 나가는 색상은 언제나 블랙이라는 점은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만든다.


통상 소비자들은 어떤 물건을 구매한 후 실패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즉 교환이나 반품을 하게 되는 상황을 원치 않는 것이다. 옷의 사이즈 문제로 반품을 하는 경우는 받아서 입어보기 전까지는 정확히 알기 힘든 측면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색상은 좀 다르다.


무난한 블랙 컬러를 고르면, 화면만을 보고 선택한 색상이 마음에 안 들어서 하게 되는 교환/반품은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내 옷장이 왜 블랙이랑 네이비 옷으로 가득한지 이제 이해가 된다)


무난함은 말 그대로 크게 문제없다는 뜻이다. 무난함이라는 말속에 후회할 확률을 가장 낮춰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해도, 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은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무난함일까, 최선일까. 후회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효용이 적은 쪽을 계속 선택하는 일은 또 다른 최선이 될 수 있는 것일까.


하나 분명한 것은 높은 효용가치를 원한다면 후회를,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은메달의 아픔을 감내할 수 있는 자가 금메달에 도전하는 것이고, 아픈 은메달의 경험이 다음의 금메달을 따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리라.


그런 관점에서 보면 왜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는지, 왜 그렇게 살기로 했으면 후회하지 말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선택은 숙고해서 하되, 이미 결정한 선택에 대해서는 후회를 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후회 이론'에 의하면 우리는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존재라고 이해할 수 있다. 즉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는' 선택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공한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무난한 자세를 견지한 경우는 별로 접하지 못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전한 사람이 성공을 일궈낸 경우가 훨씬 많았기에, 우리가 ‘후회 이론'에 너무 순응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의 결과에 대해 후회가 밀려오면, 주저 없이 이단옆차기에 박치기라도 해서 물리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쇼핑을 할 때에도 자기가 사고 싶어서 사놓고 괜히 샀나 하는 후회를 자주 하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그런 사람에게는 이런 팁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후회하기 싫으면 그것을 사지 말고, 그것을 살 거면 후회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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