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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유퀴즈는 못 나가겠어

18. 남편말 번역가


"인터뷰 준비 되셨나요? 시작할게요! "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시간이 날 때마다 사연 응모를 자주 한다.

한국에 살 적엔 즐겨 듣던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당첨된 경험도 많았다. 유모차, 식료품 박스,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선물을 받으며 그때는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우연히 ‘재외동포협력센터’라는 피드를 접하고, 해외 일상 스토리를 남긴 적이 있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까맣게 잊고 지내던 중, 작가님으로부터 인터뷰 제안을 받았다.

유튜브 ‘OK온에어’ 플레이리스트 인터뷰였는데 '10년의 경력 단절을 끊어내고 해외에서 다시 취업하게 된 나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고 하셨다. 인터뷰 준비 과정에서 그동안 불합격했던 순간들, 입사했다가 업무 시간이 줄어 그만둬야 했던 날들, 다시 재도전하며 지금까지 버텨온 일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 이야기를 내가 말하는 것인데 큰 어려움은 없겠지…’ 했지만, 생각과 달리 너무 떨리고 긴장돼 단어가 기억나지 않기도 했다. 영어로도, 한국어로도, 순간적으로 아무 말도 안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다.
‘이래서 할 수 있을까…?’

며칠을 준비해도 머릿속은 까맣고 까만 우주 속에 혼자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소리도, 별빛도 없는 그곳에서 혼자 있는 기분.


녹화날, 근무 시간 때문에 밤 9시가 넘어 통화가 가능했다. 핸드폰이 울리고 녹화가 시작됐다.

질문은 간단했다.

현재 하는 일, 취업을 위해 준비한 일,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재외동포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정도였다.


긴장 탓에 목소리는 3옥타브 정도 높아졌고, 질문을 받고 생각하다가
“음… 근데 질문이 뭐였죠..?”
라는 어처구니없는 말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인터뷰는 마무리됐다.


나는 좌절 자세로 바닥에 쓰러져 한동안 멈춰 있었다.
나중에 업로드될 내 모습이 얼마나 웃기고 민망할지, 편집은 얼마나 힘드실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문 밖에서 숨죽이고 있던 아이들과 남편이 방으로 들어왔다.


“잘했어?” 남편이 물었다.

“아니… 너무 긴장했어. 아무래도 나 유퀴즈는 못 나갈 것 같아… 인터뷰만 해도 이렇게 떨리는데…”

"………???"

남편의 동그란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흔들렸다. 동공지진. 이런 순간에 쓰는 말인가 보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 문을 닫고 나갔다. 인터뷰야 잘하든 못하든 이미 지난 일이고, 우주에서부터 정신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한 와이프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 보였다.


그렇게 긴장된 며칠이 끝나고, 다음 날부터는
‘이렇게 말할걸 그랬나?’
하며 이불킥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11월 중 업로드된다던데, 벌써 11월.
이제 나는 모르겠다… 지구 밖으로 떠나야겠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긴장하고 떨리는 순간에도, 결국 해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서 응원해 주고 있다는 걸 느끼면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이 생긴다.


번역 결과

결국 또 잘 해낼 거면서... 너무 긴장하지 마. 내가 항상 응원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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