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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보다 당근

16. 남편말 번역가

by 육십사 메가헤르츠


"나 내일 출근이야."


취업을 했다. 해외에서의 두 번째 취업.


스케줄이 매주 달라지는 업무이기에 남편과 역할분담을 나누었다. 약 10년 만이다. 그동안은 내가 아이들에 관한 모든 일을 했고, 남편은 회사일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한 명이 아이들 드롭하면 한 명이 픽업, 한 명이 도시락을 준비하면 다른 한 명이 아침식사.
시간에 따라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준비해야 했다. 집안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경력 단절을 끊어내고 10년 만에 다시 시작한 사회생활이라 신경 쓸 것도 많고, 몸도 피곤했다. 설령 나와 남편 중 한 명이 아프기라도 하면 모든 일정이 멈출 수 있기에 비타민을 털어 넣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러다 해외 직장생활 중 가장 높은 주급을 받았던 그날, 내가 말했다.

“해외 나와서 제일 많이 번 돈이야. 이렇게 열심히 달렸는데도 당신 급여보다 적네. 다시 일해보니까 알겠어. 그동안 힘들었지? 쉬지도 못하고, 고생 많았어.”


이 말을 들은 내 남편. ‘남편말 번역가’ 시리즈를 읽어온 독자라면 대답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이제 알겠지? 당신 앞으로 더 잘하란 말이야. 더 달려!”

"...........???"


물론 멋쩍게 웃으며 농담 섞어 말했지만 그 안에 진담이 가득 담긴 듯했다. 다만 이제는 안다. 방금 그 말이 우리 관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곧바로 이렇게 덧붙였다.

“…둘 다 잘하고 있는 거지. 뭐.”


그의 표정에 확신보다 어색함이 가득 담겨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답에 가까워지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내가 생각한 정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게 어디냐. 그의 노력에 박수를!’


남편의 도움 덕분에 나는 일 시작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고, 힘을 내서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우리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졌다.

나를 더 강하게 키우겠다며 채찍을 주는 남편, 당근을 먹어야 힘나는 스타일인 나. 각자 맞다고 주장하며 달리기도 하지만 이제는 안다.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노를 젓지 않기 위해 서로가 채찍도 휘두르고 당근도 건네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결국 부부란, 서로의 방식이 달라도 한 배를 타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동료이다.


번역 결과

나도 애들 챙기고 집안일해 보니까 쉽지 않더라. 당신도 그동안 고생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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