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남편말 번역가
막내의 생일이었다.
아이의 생일이 되면 산부인과 분만실에 누워 있던 그날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특히 막내의 출산은 더 기억에 남는다. 일정상 남편이 먼저 뉴질랜드로 떠나고, 혼자 출산을 해야 했다. 친정 엄마가 옆에 계셔주셨지만 아이의 아빠가 있는 것과는 달랐다. 진통 후 남편과 똑 닮은 아이를 출산하고 전화로 통화하며 같이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첫째가 태어난 날도, 결혼식 날도 떠올랐다. 상상이 이어지던 나는 옆에 있던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은 나를 선택한 이유가 뭐야?”
나처럼 상상이 연결되기는커녕, 굳이 이유를 찾아야 하냐는 듯한 그에게는 꽤 뜬금없는 질문이었을 거다.
“응???, 내가 당신을 선택한 이유?” 남편이 물었다.
“응.”
“…………………”
“자??” 한참을 고민하는 남편을 보면 내가 물었다.
“아니, 생각 중이야……”
한참을 뜸을 들이던 그는 결국 나에게 역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나는 당신이랑 대화가 잘 통했으니까 결혼하고 싶었지.”
내 대답이 생각보다 짧자, 그는 서둘러 말을 꺼냈다.
“나는… 당신이 생활력이 강한 것 같아서 좋았지.”
“그래? 지난번에는 미래를 계획하고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좋아서라고 했던 것 같은데...?”내가 말했다.
“아~ 맞다 맞다. 그거다, 그거~” 남편이 재빠르게 대답했다.
“…………………???”
그는 그 순간을 모면하려 했고, 나는 그 순간이 당황스러웠다. 결국에는 ‘기억이 안 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우리의 대화는 거기서 끝이 났다.
결혼 12년 차 부부가 이제 와서 선택의 이유를 찾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단지 상상 속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궁금했던 것뿐이다. 그는 여전히 내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도 모른 채, 기억 속에서 이미 지워버린 듯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다.
이렇게 극과 극의 성향을 가진 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큰 싸움 없이 함께 살아온 것은 어쩌면 서로가 했던 그 선택 덕분일지도 모른다.
사랑의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옅어질수록 함께 쌓아온 날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번역 결과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선택의 후회는 없어. 지금 우리가 잘 지내고 있으면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