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육십사 메가헤르츠 Apr 25. 2024

당신은 나를 선택한 이유가 뭐야?

예뻐서? 똑똑해서? 현모양처일 것 같아서? 땡!


막내의 생일이 다가왔다.


아이의 생일이 되면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누워있던 그날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특히 막내 출산 후에는 떨어져 있던 남편과 통화하며 같이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첫째가 태어난 그날도, 결혼식을 한 그날도 떠올랐다. 연이어 상상이 연결되면서 옆에 있던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은 나를 선택한 이유가 뭐야?


나처럼 상상이 연결되기는커녕 굳이 왜 상상을 해야 하는지 이유조차 찾지 못하는 그에게 이 질문은 무척이나 뜬금없는 질문이었으리라.


“???, 내가 당신을 선택한 이유? “

“응.”

“…………………..”


한동안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자??”

“아니, 생각 중이야……”


또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


“그냥 자는 것 같은데…“

“당신은..?”


시간을 벌기 위한 역질문이 이어졌다.


“나는 당신이랑 대화가 잘 통했으니까 결혼하고 싶었지. “

생각보다 대답이 길지 않자 당황한듯한 그는 서둘러 대답했다.


“나는… 당신이 생활력이 강한 것 같아서 좋았지.”

“지난번엔 미래를 계획하고,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좋아서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맞다 맞다. 그거다 그거~”

“…………..………???”


그는 이 순간을 모면하려 했고, 나는 이 순간이 당황스러웠다. 결국은 기억이 안 난다는 결말에 이르렀고, 대화는 거기서 끝이 났다.


그런데 결혼 12년 차 부부가 이제 와서 선택의 이유를 찾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단지 상상 속 시간이 역행하면서 그 이유가 궁금했을 뿐이다.


그는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까지도 갑자기 그런 질문을 왜 했는지 궁금해하기는커녕, 이미 기억 속에서 지워져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극과 극의 성향을 가진 우리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어떠한 선택의 이유로 지금껏 같이 살고 있다. 다행히 내 기준으로는 싸우는 일 없이  살고 있다.


‘당신도 그때의 그 선택, 후회하지 않고 잘 살고 있는 거 맞지?’


매거진의 이전글 와이프야? 거래처 지인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